[한경에세이] 배신하지 않은 기업인의 배임죄

입력 2015-11-22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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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 범위 자의적 해석, 기업인 도전정신 '발목'
명백한 의도 있을 때만 기업인의 책임 물어야

정갑윤 < 국회 부의장 mrjung@assembly.go.kr >



원내에 입성하기 전 나는 목재사업을 하는 중소기업인이었다. 책임져야 할 직원이 많아지면서 사회적 책무가 개인적 성취감을 넘어서는 순간도 적지 않았다. 그 자리에서 겪은 시련과 도전은 나를 단단하고 성숙한 인간으로 만들어준 천금(千金) 같은 경험이었다.

기업 성장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기업가의 도전정신과 인간 중심의 창조적 경영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최근 기업가의 도전정신을 가로막는 과도한 배임죄 적용이 매우 우려스럽다.

형법은 배임죄를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서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손해를 가한 죄’로 규정하고 있다. 일견 명확한 듯 보이지만 배임죄에는 심각한 문제점이 있다.

첫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가 무엇이냐에 대해 대법원은 ‘하거나 하지 않아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로 해석하고 있다. 기대되는 행위는 대상과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데, 그 모든 범위에 배임죄가 적용될 수 있다.

둘째, ‘손해의 범위’다. 대법원은 실제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어도 단순히 ‘손해가 발생할 우려’만으로도 배임죄 처벌이 가능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런 문제점 때문에 배임죄에 붙은 별명이 ‘고무줄 배임죄’이고, 기업인의 발목을 잡는 족쇄가 되고 있다.

배임이란 무엇인가? 신뢰를 기초로 한 관계에서 누군가 배신하는 행위다. 배신이란 윤리적 문제며 당사자 간의 사적 영역이다. 이 문제를 대부분의 다른 나라는 사(私)법인 회사법 등에서 다룬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이를 공(公)법인 형법에서 배임죄로 명문화했다. 사적 영역이지만 사회질서를 문란하게 할 정도의 행위에 대한 공적 개입이다.

물론 형법상 배임죄가 한국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독일에도 있고, 일본에도 있다. 그런데 적용 범위가 다르다. 독일 주식법에는 ‘경영판단의 원칙’을 명시해 배임죄 적용을 최소화하고 있고, 일본 배임죄는 ‘명백히 손해를 가할 목적’을 범죄 구성요건으로 한다. 한국 기업인의 족쇄도 풀어줘야 한다.

배임죄는 ‘명백한 의도’에만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 처벌이 두려워 경영판단을 망설이는 기업인에게 어떤 도전정신을 기대할 수 있을까.

정갑윤 < 국회 부의장 mrjung@assembly.g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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