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외구 리큅 대표(사진)는 조바심을 내지 않았다. 고추나 나물을 말리는 게 일상인 한국인에게 꼭 필요한 제품이란 생각이 들어서다. 공기순환 장치, 공기정화용 에어필터 등 기존에 없던 기능을 추가했다. 리큅은 이후 10여년간 170만여대의 식품건조기를 판매해 ‘대박’을 터뜨렸다.
하 대표는 22일 “다음 목표는 블렌더”라고 말했다. 블렌더는 믹서기와 기능과 생김새가 비슷하지만 힘은 훨씬 좋다. 사과를 통째로 갈 수 있고 얼음도 금세 잘게 부순다. 북미와 유럽에선 과일과 채소를 함께 갈아 맛과 영양이 좋은 ‘그린 스무디’를 만들 때 주로 쓴다.
식품건조기 때와 비슷하게 블렌더도 초기 판매량은 많지 않다. 2013년 처음 제품을 내놨는데 3년째인 올해 판매량이 1만대를 밑돈다. 하 대표는 “7년 정도는 고생할 각오를 하고 있다”고 했다. 식품건조기처럼 블렌더도 제품이 알려지기만 하면 팔리는 건 시간문제란 얘기다.
그가 이 같은 확신을 갖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기능의 우월성이다. 하 대표는 “한국에선 저속착즙 방식의 원액기로 주스를 많이 만드는데 사람 몸에 꼭 필요한 섬유질을 너무 많이 버린다는 단점이 있다”며 “블렌더를 이용하면 섬유질을 함께 섭취할 수 있고 맛도 더 좋다”고 설명했다.
가격을 확 낮춘 게 두 번째 이유다. 바이타믹스 등 외국 제품은 대부분 100만원을 웃돈다. 보급화하기엔 비싼 가격대다. 리큅은 꼭 필요한 기능만 넣고 가격을 4분의 1 수준으로 떨어뜨렸다.
하 대표는 “주방가전에 머물지 않고 주방용품으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좋은 성능과 디자인, 합리적인 가격으로 휘슬러 같은 고급 주방용품 브랜드를 밀어내고 시장을 빼앗아 오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위해 CI(counter intelligence)란 새 브랜드를 내놓을 계획이다. 주방가전은 기존 리큅 브랜드를 쓰고, 주방용품은 CI 브랜드를 달겠다는 것이다.
미국 시장 재진출도 꾀한다. 리큅은 1998년 설립 초기부터 함께 했던 미국 측 사업 파트너의 주인이 최근 바뀌면서 이견이 생기자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철수했다. 내년부터 미국에서 리큅 대신 CI 브랜드를 달고 다시 제품 판매에 나설 예정이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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