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실 침팬지' 해방…미국 보건원, 의학 연구에 이용 않는다

입력 2015-11-22 19:38  

세계 최대 의학연구소 미국 보건원, 침팬지 숲으로 돌려 보내기로
1999년 뉴질랜드 첫 금지 이후 영장류 실험 제외 세계적 추세



[ 박근태 기자 ] 미 국립보건원(NIH)이 침팬지를 더는 실험에 이용하지 않기로 했다. NIH에 남아 있던 50마리 침팬지는 모두 보호구역으로 돌아가게 됐다. 프랜시스 콜린스 미 국립보건원장은 지난 18일 “인간과 가장 가까운 영장류인 침팬지를 의학연구에 사용할 더 이상의 명분이 없다”며 “앞으로 백신 등을 개발하기 위한 의약품 실험에 이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세계 최대 의학연구소인 NIH의 이번 결정으로 침팬지를 의료용 실험에 사용하지 않는 분위기가 세계 각국으로 확산될지 주목된다.

NIH 사실상 실험실서 해방

침팬지를 실험동물로 활용하는 연구는 NIH가 2013년 300마리의 침팬지를 연구시설에서 은퇴시키는 방안을 발표한 이후 급속히 감소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이보다 앞서 지난 6월 연구에 사용하는 침팬지를 멸종위기종으로 분류하고 법적으로 보호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포획된 침팬지를 활용한 연구도 대부분 금지했다. 야생상태의 침팬지에 혜택을 주거나 침팬지 확산이나 생존을 돕는 연구만 허가하도록 했다. 미국의 연구소에서 키우는 700마리뿐 아니라 동물원에 있는 침팬지에게도 확대 적용됐다.

침팬지를 연구용 실험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논란은 오래전부터 시작됐다. 진화론이 제기된 때부터 진화과정에서 침팬지를 어디에 둬야 하느냐의 문제가 나왔다. 1775년 침팬지라 이름을 붙이기 시작할 무렵 과학자들은 침팬지가 인간과 비슷하다는 점을 알아냈다. 이런 이유로 침팬지는 처음에는 호모 속에 인간과 함께 분류했다. 하지만 1816년 침팬지는 자체적인 속으로 분류됐다. 1998년 퓰리처상을 받은 진화생물학자 재러드 다이아몬드 UCLA 교수는 인간을 아예 침팬지와 사촌인 보노보에 이어 ‘제3의 침팬지’라고 부른다.

실제로 침팬지는 다른 유인원보다 인간에 가깝다. 일부 과학자는 세 살배기 아이에 비유하기도 한다. 인간과 침팬지, 고릴라, 오랑우탄의 DNA를 비교해보면 진화과정에서 침팬지와 인간은 함께 다른 유인원과 분리됐고 이후에도 유전적으로 놀라운 유사성을 가지고 있다. 미국 조지아공대 연구진은 다른 종의 6300만개 DNA의 기본 쌍을 비교했다.


연구진은 이 실험에서 인간과 침팬지는 공통조상으로부터 약 400만~600만년 전에 분리됐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지금까지 연구에 따르면 인간과 침팬지의 유전적 차이는 겨우 1.6%에 머물고 분화 속도도 고릴라, 오랑우탄보다 훨씬 느리다. 이런 점 때문에 침팬지는 실험동물로 인綬?끌고 있다.

영장류 연구 금지는 대세

한때 100만마리에 이르던 침팬지는 최근 10만마리 수준으로 줄었다. 무분별한 벌목과 밀림 개발, 포획의 결과다. 같은 운명을 겪는 오랑우탄 역시 20년 내 멸종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최근 인간과 가장 가까운 영장류라는 점을 떠나 이들에 대한 보호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뉴질랜드의 과학자들은 일찌감치 침팬지와 다른 유인원의 권리를 주장하는 법률을 정부가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랜 격론 끝에 뉴질랜드 정부는 1999년 유인원의 동물실험을 금지한 법률을 통과시켰다.

네덜란드 정부도 2002년 연구용 침팬지 63마리를 사설 동물권리보호협회에 마지막으로 양도하면서 연구용 침팬지를 금지했다. 네덜란드는 2003년에는 연구용 영장류를 완전히 금지하는 법안을 마련했다. 영국도 침팬지와 고릴라, 오랑우탄에 대한 실험을 금지하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미국 법원은 침팬지에 인간과 비슷한 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방안도 심리 중이다.

상당수 과학자는 침팬지 연구를 금지한 정책에 여전히 반대 입장을 내놓고 있다. 침팬지 연구는 동일한 질병에 영향을 받는 두 생물종인 인간과 침팬지에게 모두 혜택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과학자들은 영장류 동물실험을 대체할 새로운 방안을 찾아야 할 상황이다. 당장 에볼라 백신 연구와 같은 감염병 연구가 영향을 받게 됐다. 하지만 대세는 영장류 실험 금지 쪽으로 기울었다.

미국 의학연구소(IOM)는 2011년 침팬지를 이용한 대부분의 연구가 잘못됐거나 필요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영장류 실험에 반대하는 과학자와 동물단체들은 ‘필수적’ 연구라는 이름 아래 이뤄지던 ‘동물 학살’이 사실상 종지부를 찍었다며 반기고 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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