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의 정치적 상주 도맡은 김무성

입력 2015-11-22 23:08  


(은정진 정치부 기자) “저는 김영삼 대통령의 정치적 아들입니다. 정성을 다해 모실겁니다”

22일 서거한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의 빈소에 차남 김현철 씨에 이어 도착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기자들을 만나자마자 이 말을 던졌습니다. 김 대표는 “김 전 대통령은 우리 사회의 민주화를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그런 정치지도자였다”며 “대통령 재임 중에 그 누구도 흉내내지 못한 위대한 개혁을 만드신 분인데 너무나 가슴 아프다”고 토로했습니다.

김 전 대통령 영정 앞에서 선 김 대표는 국화꽃 한 송이를 헌화한 뒤 향에 불을 붙였습니다. 하지만 손을 떨더니 이내 떨어뜨렸습니다. 처음 절을 하며 흐느낀 그는 두번째 절하면서 더 크게 울음소리를 냈습니다. 차남인 김현철 씨를 껴안았을 땐 더 크게 흐느끼며 울었습니다. 결국 오른쪽 뒷주머니에 넣어둔 보라색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훔친 그는 기자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오열했습니다.

그가 이토록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 각별한 것은 그와 정치인생의 궤를 함께 했기 때문인데요. 김 대표의 정치적 뿌리는 김 전 대통령의 가신 모임인 이른바 ‘상도동계’입니다. 군사정권 시절인 1984년 상도동계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교동계가 모여 결성한 ‘민주화추진협의회 특별위원회’에서 부위원장으로 정치권에 입문했습니다.

이후 1987년 김영삼 전 대통령이 창당한 통일민주당 창당발기인으로 참여하면서 그와 본격적으로 인연을 맺었습니다. 김 전 대통령 재임 시절엔 청와대 민정비서관, 내무부 차관 등을 지냈고, 퇴임이후엔 사단법인 민추협 회장(2005년)과 민추협 동지회 공동대표(2001년)를 역임하는 등 김 전 대통령과 정치행보를 같이했습니다.

이러한 과정 때문인지 김 대표는 연설의 대가였던 김 전 대통령이 연설할 때마다 말끝에 “여러분!”을 붙이는 버릇을 지금까지도 그대로 따라할 정도로 누구보다 그의 정치스타일을 많이 배우고자 했습니다.

정치적 아들이라고 했던 김 대표는 실제로도 이날 차남 김현철 씨 못지 않게 ‘정치적 상주’ 역할을 톡톡히 하는 모습이었는데요. 전·현직 정치인과 정계 인사, 상도동계 동지들까지 서거 첫날 빈소를 방문한 2500여명의 조문객을 그가 일일이 맞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습니다.

조문객 맞이는 물론 식사 접대와 배웅까지 차남 못지 않게 팔을 걷어붙였는데요. 차남인 현철씨를 대신해 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종필 전 국무총리,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등 주요 정치인들을 직접 맞이하고 배웅한 것 역시 그였습니다.

장지문제로 안팎을 바쁘게 드나들고 하루종일 빈소 앞에서 슬리퍼 차림으로 서서 조문객들과 인사를 나누던 그는 결국 지친 나머지 “좀 쉬어야겠다”며 접견실로 조용히 들어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제일 급한게 장지”라며 장례절차와 묘지선정 문제는 아들 못지 않게 직접 챙기는 모습이었습니다. 빈소 내?테이블에 앉아 현철씨 등 유가족 및 관계자들과 김 전 대통령의 국가장 장례위원회 위원장 및 부위원장 등 구성 문제를 논의하기도 했는데요.

기자들이 “5일장인데 5일 내내 자리를 지킬거냐”는 질문에 그는 “그럼 상주인데 당연하다. 김 전 대통령을 모시던 우리 다 (정치적) 제자들이자 상주”라며 “상주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의 배웅을 받은 이명박 전 대통령은 “김무성 대표가 머리 많이 아프겠네. YS(김영삼 전 대통령) 돌아가신것 잘 마무리 해주세요”라며 “그럼 김무성 들어가, 상주”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김 대표는 이날 김 전 대통령 장례위원회 부위원장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끝)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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