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는 ‘한눈에 보는 보건의료 지표 2015(Health at a Glance 2015)’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OECD 회원국 전반적으로 노령 인구와 늘어나는 만성질환자에 대한 대처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경제 성장과 보건의료 기술 향상으로 2013년 기준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81.8세다. 20년 전과 비교하면 한국은 OECD 국가 사이에서는 물론 전 세계에서도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나라다.
하지만 기대수명이 연장된 만큼 노후에 대한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65세 이상 어르신들에게 자신의 건강 상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는 질문에서 ‘양호하다’고 응답한 경우는 10명 중 2명도 되지 않았다. 이는 OECD 회원국 평균(44%)에도 크게 못 미치는 결과다. 미국, 캐나다, 스웨덴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절반 이상의 어르신이 자신의 건강 상태가 좋다고 응답한 것에 비하면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얼마나 자주 병원에 가는지를 비교해 보면 이런 차이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한국은 1인당 매년 15회가량 의사 진찰을 받고 있다. 이는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치다. 입원 환자가 의료기관에 머무르는 평균 재원 일수도 가장 긴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환자 1인당 재원 일수는 16.5일이다. OECD 평균인 8.3일에 비해 두 배 가까이 길다. 특히 나이가 들면서 가장 걱정이 되는 질병인 치매로 인한 평균 재원 일수는 183.2일로 OECD 평균(41.6일)보다 4.4배나 더 긴 것으로 드러났다.
흔히 이 세상에 태어나 인간이 겪는 괴로움은 생로병사(生老病死) 네 가지라고 한다. 문제는 갈수록 수명이 늘어나면서 생을 마감하기 전에 골골하며 보내는 시간이 점차 길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생로병사의 ‘병’과 ‘사’ 사이에 요양·간병을 의미하는 ‘요(療)’가 추가된 것이다.
이젠 생애의 마지막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에 대한 대비가 반드시 필요하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장기 간병이 시작되면 가족들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사망보다 더 고통스럽다는 장기 간병에 대한 준비가 충분히 돼 있는지 다시 한 번 점검해볼 때다.
신혜형 <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책임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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