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스 품은 겨울스포츠 천국…인스브루크서 설원의 낭만을

입력 2015-11-23 07:01  

스키 마니아는 지금 떠나라…해발 3000m급 고산 즐비
스키패스 한 장이면 9개 리조트 자유롭게 이용 가능
노르드케테산 오르면 도시와 알프스가 '한눈에'
시내 곳곳에 합스브루크 왕가 등 중세 유럽건물 수두룩




오스트리아의 인스브루크(Innsbruck)는 올림픽의 도시다. 1964년, 1976년에 동계올림픽이 개최됐고, 2012년에는 동계 유스올림픽이 열렸다. 그만큼 다양한 겨울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올림픽 봅슬레이 경기장에서 시속 90㎞로 달리는 관광용 봅슬레이를 타거나, 빙상 경기장에서 낭만적인 스케이트도 경험할 수 있다. 설국의 정취와 설원을 내달리는 상쾌함을 즐기고 싶다면 인스부르크로 가보자.

알프스를 만나며 맞이하는 아침

아침에 일어나자 맑은 새소리가 잠을 깨운다. 알프스의 햇살과 공기가 한 가득 밀려 들어온다. 욕실 세면대의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물을 컵에 받아 시원스레 들이켰다. 알프스 빙하가 녹은 물이다. 청량하고 차가운 알프스 산의 정기가 온몸 구석구석까지 스며드는 느낌에 정신이 든?

인스브루크의 서쪽에 있는 악삼스(Axams)는 해발 874m에 자리한 산악 휴양마을이다. 패키지가 아닌 개별여행객은 인터넷 예약을 통해 짐머(zimmer)에서 숙박하면 된다. 짐머는 펜션의 일종이다. 인터넷으로 예약하면 실시간으로 숙박 가능 여부와 함께 숙박료가 제시돼 이용이 편리하다. 대부분의 짐머는 아침식사를 주기 때문에 아침부터 인스브루크 현지식을 경험해볼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펜션 1층의 레스토랑으로 나가자 창가 쪽에 쭉 앉은 사람들이 아침식사를 하고 있다. 바삭하게 구운 빵, 요구르트, 우유, 치즈, 토마토 등이 정갈하게 놓였다. 미소와 함께 아침 인사를 건네는 할머니는 짐머의 사장님. 할아버지와 함께 이곳에서 40년 동안 짐머를 운영했다고 한다. 10년 전까지는 해외 단체관광객으로 북적거렸으나 지금은 개별여행객, 가족여행객을 중심으로 영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할머니는 인스브루크에 머무르는 동안 마운틴 하이킹이나 스키를 꼭 해보라고 권했다.

세상의 모든 스키를 다 즐겨라

인스브루크와 인근 25개 마을에서 6~10월에 숙박하는 여행자라면 누구나 인스부르크관광청에서 운영하는 마운틴 하이킹에 무료로 참여할 수 있다. 겨울에는 즐길 거리가 더욱 많아진다. 스키, 스노보드, 크로스컨트리, 스케이팅, 봅슬레이, 눈썰매 등 다양한 스포츠를 맘껏 즐길 수 있다.

해외 여행지를 고민하는 스키 마니아라면 지금이 떠나기 좋은 시기. 스키 시즌은 11월부터 다음해 5월까지 이어진다. 이때가 되면 유럽의 스키 애호가를 가득 태운 전세기가 매일 인스브루크 공항을 오간다. 인스브루크 주위에는 스키를 즐길 만한 해발 3000m급의 고산이 즐비하다. 이 지역에서 여러 번 동계올림픽이 열린 이유다. 한국 기준으로는 폭설이라고 할 만큼 눈이 내려도 인스브루크 사람들은 무덤덤하다. 알프스 정상부터 작은 골목까지 눈이 쌓이면 스키버스가 바쁘게 산악 스키리조트로 관광객을 실어나른다.

인스브루크에는 해발 2344m의 노르드케테(Nordkette), 스투바이 빙하(Stubaier Gletscher) 등을 포함해 모두 9개의 스키장이 있다. 이들 스키장의 슬로프를 연결하면 총 285㎞에 달한다. 시내에서 가장 가까운 스키장은 노르드케테다. 인스브루크 북쪽에 있는 산으로 시내에서 5㎞ 떨어져 있다. 여름에는 등산객, 겨울에는 스키어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곤돌라, 리프트, 매직카펫(무빙워크)이 운행되며 초급 코스가 잘 갖춰져 있기 때문에 누구나 원하는 스키를 즐길 수 있다. 시내와 가까워 지나는 여행 중에도 당일치기 스키를 즐길 수 있는 것도 매력이다.

해발 3000m의 고원에 있는 스투바이 빙하 스키장은 인스브루크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다. 스키를 타러 인스브루크에 간다면 필수적으로 들러야할 곳이다. 전체 슬로프의 길이가 106㎞나 될 만큼 규모가 크다. 워낙 넓어 표지판을 보지 않고 슬로프를 내려오면 길을 잃을 정도. 국내 스키장과 비교한다면 차이가 너무 크게 느껴질 것이다.

세계 스키 애호가들이 인스브루크에 열광하는 이유 중 하나는 ‘스키패스’ 때문이다. 지역 내 9개 스키장을 모두 즐기려면 비용이 꽤 들기 마련. 하지만 스키패스 한 장이면 9개의 스키 리조트, 총 길이 285㎞의 슬로프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올림픽 경기가 열렸던 슬로프도 체험해 볼 수 있다. 합리적인 가격에 금메달리스트의 기분을 느껴보고 싶다면 스키패스가 필수다.

도시와 알프스의 자연을 내려다보다

인스브루크는 ‘인(Inn) 강에 걸쳐 있는 다리’라는 뜻을 갖고 있다. 말 그대로 인강이 시내를 관통한다. 도시 주변을 알프스 산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기 때문에 유럽에서도 알프스를 쉽고 편안하게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인스브루크 관광에서 빼놓기 어려운 것은 노르드케테 산의 한 봉우리인 하펠레카르(Hafelekar) 봉에 오르는 것. 이곳에 오르면 시내 전망을 한눈에 볼 수 있으며 다양한 교통편을 탈 수 있기 때문에 많은 관광객이 방문한다.

먼저 시내 중심부에 있는 콩그레스 역에서 출발하는 산악열차 노르드케테반을 타면 8분 만에 해발 860m의 훙어부르크반(Hungerburgbahn)에 도착한다. 이곳은 연평균 300일 동안 구름이 끼지 않기 때문에 시야가 선명하다. 특이하게도 훙어부르크에는 유럽에서 가장 높은 알펜 동물원이 있다. 알프스 지역에 서식하는 150여종의 동물이 사육되고 있으니 한번쯤 들러볼 만하다.

훙어부르크 역에서 다시 케遣嚼ジ?타고 20분간 올라가면 해발 1905m의 제그루베(Seegrube) 봉으로 향한다. 이곳에서 바라보면 맑은 날에는 이탈리아 국경까지 눈에 들어온다. 뷔페식 레스토랑과 고급 라운지가 있으니 들어가서 식사하며 전경을 감상하는 것도 좋다. 제그루베에서 다른 케이블카로 바꿔 타면 해발 2255m에 있는 하펠레카르에 닿는다. 노르드케테 케이블카의 종착역이자 오스트리아 최대 자연공원인 알펜파크 카벤델의 관문이기도 하다. 3000여종의 동물군과 1300여종의 식물군이 자생하고 있는데 야생동물을 보거나, 인스브루크와 알프스 산의 황홀한 장관도 감상할 수 있다. 정상에서 바라보니 도시와 반대편에 자리한 알프스의 순수한 자연이 대조를 이루고 있다.


찬란한 중세 유럽 거리가 있는 곳

인스브루크의 매력은 알프스의 대자연이라는 하드웨어에 문화라는 소프트웨어를 세련되게 결합시켰다는 것이다. 800년 역사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문화유산들이 시내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구시가지에는 인스브루크의 상징인 황금지붕(Goldenes Dach)이 있다. 이름 그대로 금빛을 내뿜는 지붕으로, 16세기 황제 막시밀리안 1세가 광장 행사를 구경하려고 만든 발코니 위에 설치했다. 이름 그대로 눈을 사로잡는 금빛이 인상적이다. 황금지붕을 기준으로 합스부르크 왕가의 겨울 궁전이었던 호프부르크 왕궁을 비롯해 성 야곱 주교좌성당, 헬블링 하우스, 오토부르크 등 중세 유럽의 건축 양식을 보여주는 역사적 건축물들이 자리한다.

구시가지 중앙 도로는 마리아 테레지아(Maria Theresia) 거리와 맞닿아 있다. 마리아 테레지아 거리는 레스토랑, 부티크 숍, 쇼핑센터 등이 늘어선 곳으로 인스브루크의 대표 거리로 꼽힌다. 수많은 관광객의 만남의 광장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거리를 걷다 보니 청량한 알프스의 공기에 가슴이 부풀고 세련된 도시문화에 눈이 점점 커진다. 알프스의 수도라는 자부심으로 가득한 인스브루크는 모두가 고개를 끄덕일 만한 아름다움으로 가득 차 있다. 문화의 향기에 자연의 에너지, 스포츠의 활기까지 얻고 싶다면? 인스브루크가 더할 나위 없는 선택이다.

정유경 인스브루크관광청 한국 대표 info@ykcompan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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