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정 금융부 기자) 한 때 ‘잘 나가는 은행원’의 상징이었던 해외 지점 발령을 보는 시각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고 합니다. 예전엔 은행원들 사이에서 해외 발령을 받아 주재원으로 근무하는 것이 일종의 특혜로 여겨졌습니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 시장에 발령을 받는 일이 많았을 뿐만 아니라 비서실이나 종합기획부 출신 직원들이 해외 발령을 받는 일이 많았거든요. 해외 근무를 마친 뒤 복귀해서도 이른바 ‘인기 부서’에 배치 받아 승승장구하는 일도 많았고요. 실제 시중은행에서는 해외 근무를 경험한 임원들이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성장·저금리가 장기화하면서 은행들의 수익성이 악화되기 시작했고, 해외 근무를 바라보는 시각도 과거에 비해 더욱 현실적으로 바뀌었습니다. 시장 개척과 영업 확대 측면에서 접근하게 된 것이죠. 이미 포화 상태인 선진국 근무는 더욱 어려워졌고, 중앙아시아와 동남아시아 등 신흥국 중심으로 1인 지점장 형태로 근무하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주로 ‘영업통’들을 배치하는 은행들이 많아졌고요.
게다가 일각에서 본점에서 길게는 수년씩 떨어져 있어 은행 내부 사정에 어두워지고, 승진 등에 있어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인식이 생겼다고 합니다.
대부분 은행들은 해 ?주재원을 선발할 때 공모 형태로 지원자의 신청을 받아 심사한 뒤 선정합니다. 해당 국가에서 근무할 수 있는 어학 능력이나 특정 역량을 요구하는 은행도 있고요. 예컨대 해외 근무의 상당 부분은 기업 여신이 차지하기 때문에 기업 여신 관련 업무 역량을 요구하는 식입니다.
더욱이 최근에는 금융감독원이 은행들의 해외 점포 관련 평가 방법을 바꾼다는 발표까지 했습니다. 이미 국내 은행들이 집중적으로 진출한 국가가 아닌 신규 지역에 진출해야 좋은 평가를 받는 형태로 말입니다.
여전히 “은행원으로서 특별한 경험과 경력임에는 틀림없다. 다른 은행원과 다른 경험을 하고 업무의 폭과 시야를 넓히는 데 중요한 수단이다”라면서 해외 근무에 대한 선호 의사를 밝히는 은행원도 많습니다.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부터 경력 관리를 위해 어학 능력을 키우고, 경험하고 싶은 국가에 대한 공부를 하는 은행원도 있다고 하네요.
이런 저런 분위기를 종합해 보면, 과거엔 우대 받는다는 인식이 컸던 해외 근무가 해외 여행이나 연수, 유학이 보편화되면서 경력 관리 차원으로 여겨지는 추세로 바뀌었다는 표현이 좀 더 정확한 듯 합니다. 직업에 대한 선호도가 시대마다 바뀌는 것처럼 업무에 대한 인식도 달라지게 마련이니까요. (끝)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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