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이사장
"우리가 잘 돼야 나라 잘 되고 나라 잘 돼야 우리가 잘되는 것"
서구의 합리와 동양 공동체정신 조화 하려는 게 아버님의 정신
[ 강현우/김순신 기자 ] “아버님은 언제나 자신을 ‘부유한 노동자’라고 불렀습니다. 당신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주어진 자본인 시간을 열심히 썼기 때문이라고 하셨죠.”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호 峨山·아산)의 여섯째 아들인 정몽준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장은 23일 서울 한남동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아산 정주영 탄신 100주년 기념 학술심포지엄’에서 아버지인 아산을 이렇게 회상했다.
이 학술심포지엄은 아산의 정신과 가치관을 재조명하는 연구 총서인 아산, 그 새로운 울림:미래를 위한 성찰집필자들이 연구 내용을 발표하고 토론하는 자리로, 아산 탄신 100주년 기념사업 위원회가 주최했다. 기념사업 위원회는 아산 탄생일인 11월25일에 맞춰 이 학술대회와 사진전(23~24일), 기념식(24일) 등도 개최한다.
이날 행사에는 정몽준 이사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등 범(汎)현대가 사람들 외에도 학계와 아산사회복지재단과 함께 일하는 사회복지단체 등에서 총 200여명이 참석했다.
정 이사장은 울산 현대중공업 공장 외벽에 쓰여 있는 ‘우리가 잘되는 것이 나라가 잘되는 것이며 나라가 잘되는 것이 우리가 잘될 수 있는 길이다’라는 문구를 소개하며 “서구의 합리주의와 동양의 공동체정신을 조화하려는 게 아버님의 정신이었다”고 설명했다.
총서 집필을 주도한 정진홍 아산리더십연구원 원장(울산대 석좌교수)은 “아산의 인생과 업적을 단순히 모방하거나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현 시대에 맞게 재해석하고 확산할 때”라고 설명했다.
이홍구 전 국무총리는 축사를 통해 “일자리 창출과 복지 등 사회 문제 해결에 평생 노력했던 아산의 삶은 우리 국민이 공동체 안에서 어떻게 나누면서 살아갈 것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한다”며 “이번 아산 연구 총서가 다른 인물들에 대한 연구로도 확대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총서 집필진으로 참여한 유석춘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아산은 수출주도 산업화 시기에 발전 에너지를 분출한 중심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유 교수는 아산의 기업활동을 통사적 관점에서 바라봤다. 한국은 자본주의와 민족주의 발흥이 상대적으로 늦은 후발 국가였으며 1950년대 이후 뒤늦게 산업화 경쟁에 뛰어들었다. 유 교수는 “이윤 추구를 정당화하는 자본주의 정신과 국제 경쟁에서 생존이라는 민족주의가 결합했을 때 발전을 추동하는 에너지가 강하게 나왔다”며 “한국에선 그 중심에 아산이 있었다”고 진단했다.
김홍중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아산의 기업경영 철학을 ‘생존과 발전’으로 요약했다. 김 교수는 “기업가 정주영의 철학 기저엔 생존을 향한 열망과 불안에 기초한 발전주의가 자리잡고 있다”며 “아산의 개인적 꿈과 당시 개발에 대한 국민의 꿈이 결합돼 산업화와 발전의 신화가 완성됐다”고 말했다.
강현우/김순신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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