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주의 반도체 기술, LCD 부품 국산화로 이어져
연구개발에 실패하더라도 격려해주는 사내 분위기
"내년 매출 8000억 목표"
[ 이지수 기자 ] 1967년 서울 연희동 주변은 온통 논밭이었다. 반도체·LCD(액정표시장치) 소재업체인 동진쎄미켐 창업주 이부섭 회장은 이곳에 집 한 칸을 마련하고 창고에 작은 연구실을 만들었다. 서울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한 이 회장은 중고 화학반응기를 설치하고 각종 실험을 했다. 실험 중 화학물질이 유출되는 바람에 몇 번이나 화재가 발생했다. 이준혁 동진쎄미켐 대표(사진)는 “불이 나면 어머니가 갓난아기인 저를 업고 집 밖으로 피신하곤 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해 동진쎄미켐을 설립한 이 회장은 신발 밑창에 들어가는 발포제를 제품화했다. 발포제로 시작된 연구개발(R&D)은 반도체, LCD, 태양전지 등 첨단분야로 이어지고 있다. 반도체 제조공정에 사용되는 감광액 점유율은 세계 1~2위를 다투고 있다. 이 회사의 올해 예상 매출은 7060억원대. 이런 성과를 인정받아 세계적인 강소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정부가 운영 중인 ‘월드 Х】?300’에 선정됐다.
◆반도체 R&D로 얻은 LCD 기술
이 대표는 이 회장의 ‘R&D 열정’을 고스란히 이어받았다. 부친과 대학 동문인 그는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서 박사학위를 따고, 1994년 동진쎄미켐에 입사했다.
이 대표는 ‘염료형 태양전지’ 개발에 R&D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지금까지 회사가 시도하지 않았던 분야다. 반도체와 LCD 소재분야로 사업 영역을 넓힌 부친처럼 그도 새 분야를 개척하고 있는 것이다.
동진쎄미켐이 LCD 시장에 진출한 시기는 1994년이다. 액정과 박막레지스터(TFT), 컬러필터 등으로 구성된 TFT-LCD 부품 중 TFT 생산에 필요한 화학원료(PR)를 개발했다. TFT는 LCD의 각 화소를 켜거나 끄는 등의 역할을 한다. 이 사업을 발판으로 유기절연막 소재 등 LCD 부품을 생산해 냈다. 회사 매출의 60%도 이 분야에서 나온다.
이 대표는 “아버지가 10여년 전부터 투자한 반도체 R&D에서 LCD PR 제조기술을 얻게 됐다”며 “끊임없는 도전이 없었다면 동진쎄미켐을 중견기업으로 도약시킨 LCD 관련 부품시장에 진입도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초에는 100% 수입에 의존하던 LCD 액정도 개발했다. 이 대표는 “한국이 LCD디스플레이 시장 세계 1위지만 액정은 전부 수입해 왔다”며 “10년 이상 R&D에 집중한 것이 하나하나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염료형 태양전지 분야 개척
동진쎄 箝痼?차세대 성장분야는 ‘염료형 태양전지’다. 두 장의 유리 사이에 염료를 집어넣어 전기를 일으키는 장치다. 건물 외벽에 설치하는 일체형 태양전지로 적합하지만 아직은 가격이 너무 비싸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게 이 대표의 평가다.
그는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처럼 ‘미래 분야’에 도전하기 위해 R&D 역량의 절반을 투자하고 있다”며 “시장을 선점하려는 도전이 없다면 만년 2등에 불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진쎄미켐 직원 1017명 중 31%인 319명이 R&D 인력이다.
이 대표는 “R&D 부문에서 성실한 실패를 인정하고 격려하는 분위기를 정착시키겠다”며 “첨단분야에서 새로운 제품을 끊임없이 내놔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이지수 기자 oneth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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