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장송곡 시위소음' 단속 못하는 경찰

입력 2015-11-23 18:57   수정 2015-11-24 15:08

소음기준 75dB로 강화됐지만 미국 등 해외 선진국보다 높아
측정도 최고치 아닌 10분 평균

집회 주최측, 규정 맹점 악용 장시간 소음…처벌도 어려워
단속 강화 위한 법개정 시급



[ 윤희은/강영연 기자 ] 지난 22일 서울 중심가인 소공동 롯데호텔 앞. 음울한 곡소리가 흰색 천막 아래에서 울려 퍼졌다. 주위를 지나가는 사람은 물론 롯데호텔 로비에서도 들릴 정도였다. 꽃으로 장식한 상여 옆에 남성 시위자 한 명이 서 있었다. 롯데건설의 하도급 대금을 더 달라는 아하엠텍 직원들이 같은 롯데그룹 계열사인 롯데백화점 앞에 와 시위를 벌이는 것이었다.

지난달 말부터 매일 밤 12시까지 하루 15~18시간씩 계속되는 ‘곡소리 시위’에 호텔 투숙객들은 불편을 호소했다. 롯데호텔 투숙객인 사업가 김모씨(54)는 “막무가내로 주변을 시끄럽게 하면서 시민에게 불편함을 주는 것이 좋아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볼리비아에서 온 한 여행객은 “호텔을 드나들 때마다 들리는데 무슨 소린지 모르겠지만 좀 시끄럽다”고 말했다. 한 아일랜드인 사업가도 “불쾌하고 시끄럽다”고 했다.

경찰에 신고가 10여 차례 들어왔다. 하지만 경暳?손을 쓸 수 없었다. 소음 크기가 처벌 기준에 못 미치기 때문이다. 남대문경찰서 관계자는 “집회 소음에 대한 민원이 여러 번 제기돼 10여 차례나 현장에 나갔다”며 “집회 주최 측이 소음 규정을 지키는 내에서 행인들에게 부담을 주기 위해 일부러 곡소리를 틀어 놓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은 지난해 10월 집회 소음 기준을 강화했지만 여전히 선진국에 비해 관대하다. 광장·상가 주변의 소음 기준은 이전보다 각각 5dB 낮아진 주간 75dB, 65dB이 기준이다. 미국 워싱턴DC는 주간과 야간이 각각 65dB, 60dB이고 독일도 각각 69dB, 59dB로 한국보다 5~10dB 낮다. 측정 방식도 한국은 10분간 측정해 평균치를 보는 반면 미국과 일본에서는 최고치를 기준으로 측정한다.

이 같은 맹점을 악용해 일부 시위대는 2~3분간 소음을 크게 했다가 한동안 조용히 하는 방식으로 법규 위반을 피하기도 한다. 신은섭 중부경찰서 정보과장은 “10분 중 2~3분만 큰 소음을 내도 시민에게는 충분히 큰 불편을 줄 수 있지만 현행 평균값 측정 방식에서는 이런 수법을 막을 방법이 없다”고 했다.

곡소리 등 특정 집회 소음을 도심에서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난해 5월 전주지방검찰청은 2011년부터 2년여간 전북 임실의 군부대 앞에서 곡소리 시위를 벌인 시위대에 상해죄를 적용해 기소했다. 80dB이 넘는 곡소리를 틀어놔 장병들에게 스트레스를 줬다는 이유에서다. 강상길 경찰청 정보1계장은 “현행법상 소음 기준은 소리의 크기만 명시하고 있을 뿐 종류까지는 규정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롯데호텔 측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롯데호텔 관계자는 “투숙객의 반발이 크다”며 “경찰에 신고도 했지만 제지할 방법이 없다고 해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윤희은/강영연 기자 so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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