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김무성·서청원 '상주 역할'…현안 언급 자제
야당 비주류 '문재인 사퇴 요구' 국가장 이후로 미뤄
"의회주의자" vs "민주주의자" YS 평가는 시각차
[ 유승호 기자 ] 김영삼 전 대통령의 서거를 계기로 정치권의 갈등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고 있다. 김 전 대통령 국가장이 끝날 때까지는 정쟁을 자제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하지만 새누리당에선 총선 공천 방식을 놓고 친박근혜(친박)계와 비박근혜(비박)계가 대립하고 있고, 새정치민주연합은 지도체제를 둘러싼 갈등이 여전해 조문 정국이 끝남과 동시에 여야는 다시 정쟁의 소용돌이로 빠져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예산안, 선거구 획정, 노동개혁 등 여야가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는 현안도 많다. 여야는 김 전 대통령을 평가하면서도 미묘한 시각차를 드러내고 있다.
새누리당은 당분간 경건한 분위기 속에 김 전 대통령의 장례를 치르는 데 전념한다는 방침이다. 내년 총선 공천 방식을 둘러싼 친박계와 비박계 간 갈등은 냉각기를 맞게 됐다. 비박계를 대표하는 김무성 대표와 친박계 좌장인 서청원 최고위원이 모두 김 전 대통령이 이끈 ‘상도동계’ 출신이라는 점이 이런 분위기에 영향을 미쳤다.
김 대표와 서 최고위원은 전날에 이어 23일에도 서울대병원에 마련된 김 전 대통령 빈소를 지키며 조문객을 맞았다. 김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쟁과 정치공세를 멈추고 당면한 민생·경제 현안을 처리해야 한다”며 “김 전 대통령의 마지막 가는 길을 정성을 다해 모시겠다”고 말했다.
서 최고위원은 “정치권이 앞장서서 동서갈등을 풀고 대화와 타협을 통해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새정치연합의 당내 갈등도 휴지기를 맞았다. 안철수 전 공동대표는 문재인 대표가 제안한 ‘문·안·박(문재인·안철수·박원순) 공동지도부’와 관련, “(김 전 대통령의) 국가장이 끝난 다음에 말하겠다”며 의견 표명을 미뤘다.
새정치연합 비주류 모임인 민집모(민주당 집권을 위한 모임)는 문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기로 의견을 모았으나 발표는 국가장이 끝난 26일 이후 하기로 했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모두 슬픔에 잠겨 있는데 당내 문제를 얘기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야는 김 전 대통령의 민주화 운동과 재임 기간 업적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시각차를 드러냈다. 김 대표는 “김 전 대통령은 민주화 투쟁 속에서도 국회를 최우선으로 챙긴 의회주의자였다”며 경제활성화법, 노동개혁 등 여당이 추진 중인 법안에 반대하고 있는 야당을 겨냥했다. 문 대표는 “김 전 대통령은 어떤 형태의 독주와도 타협하지 않은 진정한 민주주의자였다”며 “여당은 국민이 반대하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 등 오만과 독선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여야는 김 전 대통령의 국가장에 맞춰 국회 일정을 일부 변경했다. 영결식이 오는 26일 오후 국회의사당에서 치러지게 됨에 따라 당초 이날 오후 열기로 했던 국회 본회의를 오전으로 앞당겼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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