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P 제조업 비중 15→25%…법인세 낮추고 각종규제 철폐
외국인 투자 올 360억달러 전망…철도 100% 개방 등 활성화
[ 나수지 기자 ]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경제정책인 ‘모디노믹스(Modinomics)’가 인도 경제를 변화시키고 있다. 느릿한 ‘코끼리’를 ‘사자’로 바꾸는 일이다.
모디 총리는 취임 4개월 만인 지난해 9월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 인도에서 만들라)’를 선언했다. 제조업을 육성해 인도를 ‘세계의 공장’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것이다. ‘메이크 인 인디아’ 선포식에 등장한 것은 인도의 오랜 상징인 코끼리가 아니었다. 전진하는 사자였다. 큰 보폭으로 걷는 사자 안에 ‘장애를 넘어선다’는 뜻을 담은 톱니바퀴를 그려 넣은 그림이 선포식장 벽면에 크게 걸렸다. 포퓰리즘 정책으로 일관한 과거 정부 때문에 ‘가능성 있는 신흥국’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인도를 바꾸겠다는 의미였다.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모디 총리는 올 들어 인도 경제를 개조할 국가기구를 설치하고 법인세 인하 계획을 발표하는 등 경제 냘叢?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고질적인 관료주의와 아직은 열악한 기업 환경이 모디노믹스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지사 시절 체득한 경제 성장 ‘비법’
1947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뒤 인도는 정부가 주도하는 경제통제정책을 펼쳤다. 인도 초대 총리인 자와할랄 네루는 계획경제를 추구했다. 정부가 경제에 광범위하게 개입해 무역량과 시장 가격을 통제했다. 지하경제는 확산됐고 농업기술은 정체됐다. 1960년대 중반 이후 1980년대까지 인도의 연평균 성장률은 3.5% 근처에서 맴돌았다.
본격적인 경제 자유화는 나라시마 라오 총리가 1991년 정권을 잡으면서 시작됐다. 당시 경제정책을 진두지휘한 만모한 싱 재무장관은 평균 87%에 달하던 수입관세율을 1996년 27%로 낮췄다. 이후 수출과 외국인 투자가 증가하고 외환보유액이 늘었다. 부분적인 개혁만으로도 경제성장률이 5~6%대로 뛰어올랐다.
그러나 그게 다였다. 인도 경제는 이후에도 연평균 5%대 성장에서 제자리걸음했다. 인도 정치의 포퓰리즘이 문제였다. 라지브 간디 전 총리의 아내 소냐 간디 국민회의당 대표는 인프라 투자는 미루고 복지정책만 쏟아냈다. 인프라 투자자금을 빌렸던 기업 부채비율이 높아지고, 이를 제대로 상환받지 못한 은행의 부실대출 비율도 높아졌다. 저성장과 함께 복지지출 재원인 세수 부족 현상이 뒤따랐다. 재정위기 초기 증상이었다.
이때 주목받은 게 모디 총리였다. 차(茶)를 팔며 생계를 꾸리는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 구자라트 주지 映沮?지낸 그의 인생사가 인도 국민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구자라트주는 모디 집권 후인 2004~2011년 연간 평균 10%대의 놀라운 성장률을 기록했다. 인도의 평균 성장률인 8%를 웃도는 것이다. ‘활기찬 구자라트 글로벌 투자자 회의(VGGIS)’를 열어 외국인 직접투자를 유치하는 등 경제 활성화에 ‘올인’한 모디의 정책 덕이었다. 그는 총선 당시 유권자들에게 자신이 구자라트주에서 일군 과실을 인도 전역으로 확산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메이크 인 인디아’로 제조업 활성화
모디는 집권 이후 독선적이라는 평가가 뒤따를 정도로 강력한 성장정책을 펼쳤다. 각종 규제를 철폐하고 기업 친화적인 환경을 조성했다.
모디노믹스의 핵심 중 하나는 외국인 직접투자(FDI) 활성화다. 지난해 FDI 규제를 확 풀었다. 철도 분야는 100% 개방하고 방위·보험 분야는 FDI 상한을 26%에서 49%로 올렸다. 이를 근거로 골드만삭스는 올해 인도 FDI 총액이 역대 최고치인 36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수출 주도 제조업 육성은 모디노믹스의 또 다른 축이다. 모디 총리의 25개 업종별 육성책을 담은 제조업 활성화 캠페인 ‘메이크 인 인디아’는 전체 국내총생산(GDP) 가운데 15%인 제조업 비중을 25%로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제조업 인도’의 실무 책임자인 아미타브 칸트 인도 상공부 차관은 “제조업 없는 경제성장은 불가능하다고 보고 인도호(號)를 유턴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새해 들어 모디 총리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제도 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1월 옛 소련식 경제 개발 계획을 주도한 경제계획위원회를 65년 만에 없애고 민간 참여를 확대한 인도개조국가기구(NITI)를 설치했다. 법인세율을 현행 30%에서 25%로 낮추는 대신 개별적인 법인세 감면 제도는 상당 부분 폐지하겠다는 방침도 지난 21일 발표했다.
성과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스즈키 제너럴일렉트릭(GE) 소프트뱅크 폭스콘 등 글로벌 기업들의 인도 투자,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다.
○고질적 관료주의·부패 척결 난제
인도 경제를 장밋빛으로만 내다볼 수 없다는 반론도 있다. 이달 초 모디 총리가 이끄는 집권당 인도국민당(BJP)이 가장 중요한 지역선거 구 중 하나인 비하르주에서 패하면서 모디 총리의 정치적 입지가 약해졌기 때문이다.
고질적인 관료주의와 부패 척결도 난제다. 인도 관료주의는 2013년 홍콩 정치경제위험자문공사(PERC) 조사에서 아시아 12개국 중 최악으로 꼽힐 정도로 악명 높다. 빠르게 바뀌고 있지만 아직은 열악한 기업 경영 환경도 문제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