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칼럼] 인터넷전문은행, 은산분리 규제완화 필요하다

입력 2015-11-24 18:10  

내년 첫선 보일 인터넷전문은행
적극적 보안체제로 신뢰성 제고
비금융자본의 참여 길 더 넓혀야

윤계섭 < 서울대 명예교수·경영학 >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정보기술(IT) 강국을 자처하는 한국이지만 인터넷전문은행의 등장은 요원해 보였다. 한국금융연구원이 지적한 바와 같이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시도는 번번이 무산됐다. 이번엔 다른 것 같다. 도입 방침이 발표된 지 4개월 뒤인 지난 10월, 예비 인가 신청이 완료됐다. 12월에 예비 인가 발표가 예정돼 있고 내년에는 사상 첫 인터넷전문은행이 탄생한다.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이 갖는 의미는 두 가지다. 첫째, 금융 소비자의 편익이 늘어날 것이다. 최근 도입된 계좌이동제와 도입 예정인 보험규제 완화에 버금가는 효과를 가져올 전망이다. 영업점 운영 비용으로부터 자유로운 인터넷전문은행이 기존 금융회사와 경쟁하는 과정에서 소비자는 보다 저렴한 가격에 양질의 서비스를 누리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송금과 환전 시 수수료를 절감하고, 한결 낮은 대출 금리와 보다 높은 예금 금리 혜택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둘째, 금융산업 선진화에 기여할 것이다.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세계는 핀테크(금융+기술) 혁명 중’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기존 금융회사에 대한 불신이 늘면서 정보통신기술(ICT)을 금융산업에 적용하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통신업체·온라인 상거래업체·인터넷업체가 참여하는 인터넷전문은행은 핀테크 혁명의 전도사가 될 것이다. 빅데이터 분석으로 금융 사각지대에 놓였던 중소 상공인이나 개인에게 대출을 하는 등 혁신적인 금융기법으로 새로운 업태를 개척해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전문은행의 안착을 낙관할 수만은 없다. 인터넷전문은행이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두 가지 장애물을 넘어야 한다. 첫째, 신뢰성을 제고해야 한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이용객에게 이용의 편리성 못지않게 거래의 안전성을 확신시킬 수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금융전산 보안을 확고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직원들의 보안 의식을 높이고, 공인인증서나 휴대폰 인증 같은 보안 책임을 소비자에게 떠넘기는 소극적 보안에 안주하지 말고 결제사업자의 서버를 실시간 검색해 사기 기도를 탐지하거나 금융사고를 예방하는 적극적 보안 시스템을 개발·도입해야 한다.

둘째, 과감한 제도 개혁이 병행돼야 한다. 금융 선진국 대비 10~20년 뒤진 국내 인터넷전문은행이 글로벌 업체의 도전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국제 수준에 준하는 규제 혁파가 필수적이다. 이와 관련해 은산(銀産)분리 규제 완화를 골자로 하는 은행법 개정법안의 입법화가 지지부진한 상황은 유감스럽다. 일본은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 한도를 대폭 늘렸다. 미국도 1억달러 이내 규모의 자산을 운용할 땐 비(非)금융자본이 인터넷전문은행의 대주주가 될 수 있도록 했다.

1993년 평화은행 인가 이후 23년 만에 이뤄지는 인터넷전문은행 인가는 참여하는 기업뿐 아니라 국가 경제 전체에 큰 함의를 지니고 있다. 곧 등장할 인터넷전문은행이 나라 경제의 기틀인 서민과 중소기업인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고,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 평가 기준 60개 국가 중 29위(2014년)에 그친 한국 금융산업의 재도약 계기를 마련하길 기대한다.

윤계섭 < 서울대 명예교수·경영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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