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이 불붙인 사업재편…'대기업 지도' 바꾼다

입력 2015-11-24 18:13  

'삼성-한화 빅딜' 그후 1년
2·3세 기업인의 사업재편 키워드

(1) 선택과 집중 - 비주력 계열사는 '알짜'도 매각
(2) 글로벌 - 삼성, 올해 인수 4사 모두 해외기업
(3) 시너지 - 핵심사업과 연관된 기업만 인수



[ 송종현 / 김현석 기자 ] 작년 11월26일 삼성그룹은 석유화학 및 방위산업 계열사 네 곳을 한화그룹에 넘기기로 하는 ‘빅딜’을 발표했다. 이를 계기로 지난 1년 동안 재계에선 기업 인수합병(M&A), 지배구조 개선 등 자율적 사업재편이 활발하게 이뤄졌다. 사업재편을 주도한 주인공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오너 2·3세들이었다. 이들은 그룹의 선택과 집중을 위해 비주력 계열사는 알짜라도 과감하게 팔았다. 대신 주력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관련 기업을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해외 기업을 사들이는 데에도 주저함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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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발해진 사업재편

올 들어 9월 말까지 실행된 거래 규모 1000억원 이상인 바이아웃 M&A(경영권이 넘어간 M&A)는 총 28건으로 집계됐다. 작년 연간 실적(24건)을 이미 넘어섰다. 인수자가 사모펀드(PEF), 자산운용사, 외국 기업이거나 기타 이유로 기업의 경쟁력 개선을 위한 M&A로 판단하기 어려운 거래는 집계대상에서 제외했다.

거래금액은 올 9월 말까지 총 8조6575억원으로 작년 규모(12조3938억원)에는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4분기 들어 롯데그룹의 삼성 화학부문 3개사 인수(2조7915억원),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최대 1조원), LG화학의 동부팜한농 인수(약 5000억원 추정), SK(주)의 OCI머티리얼즈 인수(4816억원) 등 굵직한 M&A가 잇따라 발표됐다. 이를 감안하면 기업들의 자율적 M&A는 연말까지 건수와 거래금액 모두 작년 수준을 훌쩍 뛰어넘을 것이라는 게 재계 예상이다.

총수의 지배력 및 계열사 경쟁력 강화, 지배구조 투명화 등을 위해 그룹 내 계열사 간 합병에 나선 곳도 많다. 삼성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을 합병해 지난 9월 통합 삼성물산을 출범시켰다. SK그룹은 SK(주)와 SK C&C 합병을 8월 마무리했다.

○2·3세 오너들의 달라진 경영철학

최근 M&A가 가장 활발한 대기업은 삼성, SK, 롯데다. 이들의 공통점은 총수들이 지난 1년간 사업재편을 진두지휘했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이건희 삼성 회장이 입원한 뒤 삼성을 실질적으로 이끌기 시작했다. 최 회장은 지난 8월 경영 일선에 본격 복귀했다. 신 회장도 최근 독자행보를 강화하고 있다.

사업재편의 결정권을 쥔 이들은 그룹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확실한 청사진을 갖고 있다. 이를 위해서라면 잘나가는 계열사라도 과감하게 매각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모든 사업을 다 잘하기보다 잘할 수 있는 사업에 집중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룹의 덩치 키우기를 중시하던 창업세대와는 다르다. 최 회장은 최근 그룹 최고경영자(CEO) 세미나에서 “앞으로는 계열사 CEO들이 직접 판단해 결정하는 시스템을 더욱 공고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종훈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한국전략경영학회장)는 “전 세계적으로 저성장 추세가 이어지면서 글로벌 기업 간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며 “기업들이 모든 사업을 다 잘할 수 없는 경영 환경이 조성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승자 독식 경향이 갈수록 강해지고 있기 때문에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알짜기업’도 과감히 판다

오너 2·3세들이 주도하는 M&A의 가장 큰 특징은 자신들이 잘할 수 없다고 판단되는 계열사는 아무리 알짜라고 하더라도 매각한다는 점이다. 삼성이 매각한 화학계열사들이 대표적이다.

삼성이 롯데에 최근 매각하기로 결정한 삼성정밀화학은 3분기에 192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흑자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2012년 있었던 대규모 증설에 따른 실적 악화가 마무리되고 올해 턴어라운드가 확실시됐지만, 삼성은 본업이 아니라는 이유로 과감하게 매각했다.

M&A 타깃을 해외 기업으로 확대한 것도 특징 중 하나로 꼽힌다. 삼성그룹이 올해 인수한 4개사는 브라질의 프린팅 솔루션 기업인 심프레스 등 모두 해외 기업들이다. CJ대한통운은 중국의 물류기업인 로킨로지스틱스를, 동원시스템즈는 베트남 포장기업인 딴 띠엔 패키징 등을 사들였다.

본업과 연관된 기업만 인수한다는 점?특징이다. 아무리 탐이 나더라도 관련된 기업이 아니면 거들떠보지 않는다. SK가 최근 인수한 CJ헬로비전과 OCI머티리얼즈는 각각 SK텔레콤 및 SK하이닉스와 연관된 사업을 하는 기업들이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삼성 한화처럼 재무적 측면에서 어렵다고 보기 힘든 그룹들이 불투명해진 경영 여건을 돌파하기 위해 적극적인 M&A에 나서는 것을 보고 다른 기업들이 자극을 받았다”며 “내년에는 중견기업들로 사업재편 트렌드가 확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종현/김현석 기자 scre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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