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선주 기업은행장 "성공과 실패…은행 창구에서 인생을 배웠다"

입력 2015-11-24 18:39  

한국외대 특강


[ 박상용 기자 ] “은행 창구에서는 인생의 모든 것을 배울 수 있습니다.”

한국 최초의 여성 은행장인 권선주 기업은행장(사진)이 24일 취업을 앞둔 대학생들 앞에 섰다. 이날 한국외국어대 사이버관에서 열린 ‘은행장이 들려주는 IBK기업은행의 혁신 이야기’ 강연에서다. 권 행장은 강연에 참석한 300여명의 학생에게 취업에 대해서도 조언해 줬다.

그는 기업은행의 혁신 사례로 ‘문화콘텐츠 금융’을 꼽았다. 권 행장은 “기업은행은 영화 ‘연평해전’과 ‘명량’ ‘국제시장’ 등에 투자했다”며 “대부분 흥행에 성공한 작품으로 기업은행에는 이런 콘텐츠에 투자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권 행장은 지난해 10월 선보인 차세대 시스템을 기업은행의 조직력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소개했다. 그는 “전산 시스템 교체는 은행 역량 대부분을 쏟아야 할 정도로 큰 작업”이라며 “직원들이 매트리스를 깔아 놓고 일하는 등 노력한 끝에 기한 연장 없이 시스템을 교체하는 데 성공했다”고 전했다.

그는 “은행에서 근무한 37년 중 25년을 일선 영업점에서 보냈다”며 “성공한 고객, 실패한 고객 등 다양한 고객을 상대하면서 인생을 배웠다”고 말했다. 권 행장은 또 “대개 은행이 안정적인 직장이라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며 “은행이 핀테크(금융+기술) 기업과 협력해야 할 때”라고 했다. 그는 “아직은 대부분 핀테크 관련 기업의 규모가 작아 위협이 안 되지만 미래에는 굉장한 위협이 될 것”이라며 “기업은행도 여러 핀테크 기업과 협력할 기회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기업은행의 모바일뱅킹 플랫폼을 통해 가입하는 금융 상품 건수는 60개 은행 지점의 상품 가입 수와 맞먹는다.

권 행장은 “최근 금융권은 저성장·저금리·저수익의 춥고 배고픈 시절을 보내고 있으며 금융과 비금융 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며 “혁신을 위해서는 늘 열린 시각과 깨어 있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은행 취업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에게 자기소개서 작성과 면접에 대한 팁도 귀띔해줬다. 권 행장은 “진솔한 자기소개서를 써야 한다”며 “부행장 시절 임원 면접에서 본인이 쓴 경험도 기억 못하는 경우를 자주 봤는데 좋은 점수를 받기 힘들다”고 말했다. 면접관들은 자소서를 근거로 질문하기 때문에 하지도 않은 일을 화려하게 꾸미지 말라는 의미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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