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성철 연구원 "'불곰쌤' 별명 듣고 싶어 매주 학생들 만나죠"

입력 2015-11-24 18:40  

'삼성 사회공헌상' 자원봉사상 받은 이성철 수석연구원

두 시간씩 중학생 수학 지도
'메르스' 때 빼고는 거른 적 없어…올해에만 총 109시간 봉사활동



[ 정지은 기자 ] 평소에는 배터리 신기술을 연구하다가 매주 수요일이면 선생님으로 변신한다. ‘2015 삼성사회공헌상’에서 자원봉사자 부문상을 받은 이성철 삼성SDI 배터리연구소 수석연구원(45·사진)의 얘기다. 24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만난 이 수석은 “배움에 목말라 하는 학생들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주려고 시작한 일인데 큰 상을 받아 몸둘 바를 모르겠다”며 수줍게 웃었다.

삼성사회공헌상은 삼성이 지역사회 발전과 나눔문화 확산에 기여한 임직원을 격려하겠다며 1995년 제정해 21년째 운영하고 있다. 매년 자원봉사팀(단체)과 자원봉사자(개인), 사회공헌 프로그램, 사회공헌 파트너 등 4개 부문으로 나눠 시상한다. 올해는 이 수석을 포함해 총 35명이 수상했다. 수상자는 상패와 상금 100만~500만원을 받는다.

이 수석은 지난해부터 매주 수요일 오후 7시부터 9시까지 두 시간씩 경기 용인 기흥디딤돌지역아동센터에서 중학생 8명에게 수학을 가르치는 자원봉사를 했다. 업무 외 시간이지만 짬을 내 꾸준히 학생들을 만나러 갔다. 수업에 다녀오느라 밀린 업무에 야근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때를 제외하고는 한 번도 거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렇게 올해만 총 109시간을 봉사활동에 쏟았다.

그가 이 활동에 나선 것은 지난해 5월 삼성그룹 차원에서 시행한 청소년 진로 멘토 활동에서 몇몇 청소년의 힘든 사연을 듣고 난 뒤다. 이 수석은 “어려운 경제 형편 때문에 공부를 하고 싶어도 제대로 못 하는 학생이 많아 안타까웠다”며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으로 도움을 줄 방법을 고민하다 교육 봉사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활동에 어려운 점도 있었다. 수업 초기만 해도 학생들은 좀처럼 마음을 열지 않았다. 이 수석은 당장 공부보다는 정서적 교감을 나눠야겠다고 판단, 학생들과 경기 용인 에버랜드를 방문해 함께 어울렸다. 그는 “이때부터 학생들이 마음을 연 것 같다”고 말했다.

봉사활동을 하면서 이 수석은 학창시절 이후 처음 별명을 얻었다. 학생들은 이 수석을 ‘불곰쌤(선생님)’이라고 부른다. 큰 덩치와 우직한 성격이 불곰 같다는 이유에서다. 이 수석은 “학생들이 편하게 의지할 수 있는 존재가 된 것 같아 이 별명에 애착이 간다”고 말했다.

지난 9월부터는 이 수석의 아들인 중학교 3학년 이도규 군(16)도 공부방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이군은 중학교 1학년 후배들의 영어 공부를 돕는다. 이군은 “아빠가 봉사활동하는 것을 보며 나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며 “동생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고 생▤玖?마음이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날 이 수석 외에 2007년부터 수화, 발마사지 봉사활동을 한 김용운 삼성전자 책임, 주재원 시절 쌓은 영어 실력을 살려 매주 공부방 교육에 나선 이복희 삼성전기 수석 등도 상을 받았다.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은 이날 시상식에서 “올해 삼성 전체 임직원 중 90%가 봉사활동을 했다”며 “앞으로도 나눔활동을 이어가자”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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