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25~30건→올해 52건…국제투자협약은 20년간 3배 ↑
"ISD 중재절차 투명성 높여 분쟁과정 우려 줄이겠다"
[ 양병훈 기자 ] 민간 해외 투자자가 주권 국가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투자자국가소송(ISD)이 지난 10년간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가 승소하는 비율은 50%를 약간 넘었다. ISD를 관할하는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의 멕 키니어 사무총장(사진)은 한국경제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최근 개발도상국에 대한 해외 투자가 많아져 관련 ISD가 늘고 있다”며 “중재심리의 투명성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ISD 접수 급증…국가 55% 승소
본지가 24일 확인한 결과 1990년대 중반 이후 ICSID가 접수한 ISD 건수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1994년 1건이던 ISD 접수는 2004년 30건, 2014년 40건 등으로 크게 늘었다. 올해는 지금까지 52건의 ISD를 접수해 처음으로 50건을 넘었다. 약 10년 전에 연간 ISD 접수 건수가 25~30건이던 것과 비교하면 올해는 두 배 정도로 늘어났다.
ISD는 해외 민간 塚愍微?“특정 국가의 법이나 정책 때문에 손해를 입었다”며 해당 국가 정부를 상대로 배상을 요구하는 것을 말한다. 투자자가 해당 국가 정부를 상대로 ISD를 제기하면 세계은행 산하 ICSID가 중재인단을 구성하고 잘잘못을 가리기 위한 심리를 시작한다. 최근 한국 정부가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와 아랍에미리트(UAE) 왕족의 회사 ‘하노칼 홀딩 B.V.’로부터 잇따라 ISD를 당해 국내에서 관심이 높아졌다. 한국은 ICSID 160개 회원국 중 한 곳으로 판정 결과를 국내에서 이행할 의무가 있다.
국내에서는 법조계를 중심으로 “ISD가 개별 국가의 정책 주권을 제약한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ICSID의 중재 결과(지난 6월 기준)를 살펴보니 투자자의 신청이 기각당하는 비율은 29%였고 각하되는 비율은 25%였다. 신청이 명백한 근거가 없어 자세히 심리하지 않고 약식으로 기각하는 비율 1%까지 합치면 국가가 이긴 비율은 55%였다. 투자자의 주장을 일부 또는 전부 인정해 “국가가 돈을 배상하라”고 판정한 비율은 45%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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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D 절차 투명성 높일 것”
키니어 사무총장은 “ISD 건수 증가는 해외 투자가 늘어나며 생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주권 제약 우려를 일축했다. 거래가 늘어나면 그만큼 분쟁도 늘어나기 마련이기 때문에 이를 심각하게 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개별 국가의 정부가 맺은 국제투자협약은 지난 20년간 3배 넘게 늘어 최근에는 3500건에 육박하고 있다. 외국인 직접투자(FDI) 총액은 같은 기간 약 4배 늘었다.
키니어 사무총장은 “ISD 중재 절차가 없다면 국가가 나서서 맺는 각종 국제투자협약의 실효성도 떨어질 것”이라며 “협약의 실효성을 높여준다는 점에서 오히려 개별 국가의 주권을 보호하는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에는 개도국에 대한 해외 투자가 크게 늘고 있어 앞으로 개도국 정부를 상대로 한 ISD가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키니어 사무총장은 ICSID가 앞으로 추진할 중요한 과제로 “ISD 중재 절차의 투명성을 높이는 일”을 꼽았다. 지금도 신청인과 피신청인이 동의하면 중재심리 내용과 관련 문서, 결과 등을 공개할 수 있지만 실제로 그렇게 하는 사례는 많지 않다. 한국 정부를 상대로 한 ISD도 대부분 내용과 절차가 비공개여서 “정부가 일을 제대로 하는지 감시할 수 없다”는 논란이 있다. 그는 “공개하도록 사람들을 설득하고 제도 개선을 위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ICSID는 지난 23일 서울국제중재센터(SIDRC)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ICSID는 앞으로 SIDRC로부터 중재 심리를 위한 각종 도움을 받는다. 신희택 SIDRC 이사장(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은 “해외에서만 진행하던 ISD 심리를 국내에서 할 수 있게 된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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