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맥] 계열사간 거래규제부터 풀어야 M&A시장 활성화된다

입력 2015-11-25 18:17  

삼각분할합병 도입 등 상법개정 의미

역삼각합병 등 다양한 M&A제도 도입한 개정 상법
대기업 선제적 사업재편, 벤처 투자금 조기회수 기대
대기업 옥죄는 거래제한규정 개선 없인 속 빈 강정 될것

"상법과 공정거래법에는 계열사 간 거래를 규제하는 규정이 많다.
삼각합병 등으로 경영효율상 시너지 효과를 보고자 하더라도
거래제한으로 사실상 규모의 경제를 추구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삼현 < 숭실대 법학과 교수·기업법률포럼 대표 >



우리 상법은 전통적으로 주주보호 차원에서 회사합병 시 반드시 주주총회의 특별결의를 거치도록 했다. 다수결로 합병결의가 이뤄지더라도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가 있을 땐 이들이 원하는 가격으로 주식을 매수하지 않으면 합병이 성사되지 않거나 지연되는 경우가 많았다.

2011년 법무부는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자회사가 다른 회사(소멸회사)와 합병할 때 모회사 주식을 소멸회사 주주에게 부여토록 함으로써 모회사는 주주총회 없이도 이사회 결의만으로 합병의 효과를 볼 수 있도록 하는 삼각합병제도를 도입한 바 있다.

그러나 이 제도는 특허나 디자인, 상표 등 기술력을 보유한 중소·벤처기업과 합병하는 경우 이 기업이 소멸돼야 하는 등 실질적으로 합병의 효과를 보기 어려운 단점이 있었다. 이에 법무부는 지난 12일 기술력이 있는 중소·벤처기업이 회사명을 유지하고 등록된 기술과 브랜드 가치도 그대로 활용하면서 대기업과 상생하거나 투자자금을 회수할 수 있도록 하는 역삼각합병, 삼각주식교환, 삼각분할합병 등 다양한 인수합병(M&A) 제도를 상법에 도입했다.

역삼각합병이란 자회사가 흡수돼 소멸하고 다른 회사가 존속하더라도 그 다른 회사의 주주에게 모회사 주식을 부여하는 방식을 말한다. 삼각주식교환이란 자회사가 주식교환을 통해 다른 회사를 100% 손자회사로 만드는 경우에도 모회사 주식을 그 손자회사의 주주에게 부여하는 방식을 말한다. 삼각분할합병이란 자회사가 다른 기업의 필요사업부문을 분할해 흡수합병할 때 자회사 주식보다 가치가 큰 모회사 주식을 흡수해 소멸되는 회사의 주주에게 부여하는 것을 말한다.

M&A 활성화 위한 법제정비

이런 제도 모두 주주총회 결의 없이 이사회 결의만으로 합병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국내 기업이 선제적 구조조정을 하는 데 효과적인 방법으로 사용될 수 있다. 그 밖에 이번 상법개정안에는 해석상 논란이 많았던 무의결권주주의 주식매수청구행사도 보장하도록 이들에게도 주주총회 소집통지를 할 수 있게 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또 특정기업이 인수대상 기업의 발생주식 총수의 90% 이상을 보유했을 때 이사회 결의만으로 영업양수도를 할 수 있는 간이영업양수도 제도를 도입했으며, 이사회 결의만으로 승인 가능한 소규모 주식교환 범위를 발행주식 총수의 5%에서 10%로, 순자산액 2% 이하에서 5% 이하로 각각 확대했다.

이번 상법 개정은 2011년에 이은 2차 M&A 활성화 법제정비다. 특히 역삼각합병은 기술력과 브랜드 가치가 있는 중소·벤처기업이 흡수·소멸되는 것을 막아 대기업과 중소·벤처기업 간 윈윈을 가능케 하는 방법이다. 삼각분할합병, 삼각주식교환 역시 모회사가 소수주주보호 절차 없이 효율적으로 신속하게 사전적 구조조정을 하게 한다는 점에서 국내 좀비기업 중 기술력은 있으나 재정악화에 직면한 벤처기업이 우량기업으로 재탄생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일각에서는 인수기업은 신속하게 M&A를 통해 선제적 구조조정을 할 수 있는 효과를 누리고, 피인수기업은 주주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등 모두 윈윈할 수 있는 법제도 도입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각종 거래제한 규제가 걸림돌

법무부도 개정상법이 내년 2월 시행되면 중소·벤처기업이 M&A를 통해 손쉽게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어 벤처 창업의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즉, 현재는 국내 중소·벤처기업이 창업 후 기업공개(IPO)까지 대략 12년이 소요되는데, 이번 상법 개정으로 인해 국내 중소·벤처기업도 미국, 유럽연합(EU), 중국처럼 창업 후 평균 3~6년 만에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부 과장됐다는 비판이 있을 수는 있으나 이번 상법 개정으로 국내 M&A시장이 활성화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경기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경우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 차원에서 사업재편 전략을 수립할 때 이번에 도입된 M&A제도를 활용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은 분명하다. 그동안 바이오나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 기술력을 보유한 외국 중소·벤처기업의 인수에 관심을 보였던 국내 대기업들도 드디어 국내 M&A시장에도 관심을 가질 것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당장 국내 대기업이 이번 개정상법이 허용한 다양한 방법으로 국내 중소·벤처기업과 M&A를 활발히 추진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여전히 다른 법률에 존재하는 거래규제 때문이다. 즉, 상법과 공정거래법에는 계열사 간 거래를 규제하는 규정이 많다. 이는 삼각합병, 역삼각합병, 삼각주식교환, 삼각분할합병 등으로 모자관계를 이용해 경영효율상의 시너지 효과를 보고자 하더라도 거래제한으로 사실상 규모의 경제를 추구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심지어 중소기업적합업종에 속한 사업을 하는 회사와 M&A를 하는 경우 오히려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 사업을 못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따라서 아직은 성급한 기대가 될 수 있다.

중기적합업종제도도 손봐야

이번 상법 개정은 우리 경제규모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고, 제2 한강의 기적을 가져올 수 있도록 유인을 제공하는 등 국내 입법사에 한 획을 그을 만큼 중요한 의미가 있는 입법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후속 입법조치가 없는 한 이 개정상법도 ‘전방에 고립된 골잡이’에 불과할 수 있다.

우선, 경쟁제한성이 없는 계열사 간 거래까지 차단하고 있는 공정거래법상의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폐지하거나 대폭 손질해 폭넓은 예외규정을 둘 필요가 있다. 상법상의 자기거래제한 규정을 개정, 주요주주와의 거래에 대한 이사회 사전승인 규정을 삭제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외에도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의 주식소유비율을 완화하고 정보기술(IT)분야의 회사를 인수하는 경우에는 금산분리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물론, 중소기업적합업종 규제도 완화하는 입법조치들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전삼현 < 숭실대 법학과 교수·기업법률포럼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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