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인설 기자 ] 환경부는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두 달 가까이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 여부를 조사한 뒤 그 내용을 발표하는 자리였다. “한국에서도 조작했다”는 게 요지였다. 그러나 자칫하면 “문제점을 확인할 수 없었다”며 폭스바겐에 면죄부를 줄 뻔했다.
사연은 이렇다. 지난 9월 미국에서 폭스바겐이 배출가스를 조작했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환경부가 조사에 나섰다. 그런데 “유로6 기준의 폭스바겐 디젤차만 들여다보겠다”고 했다. “미국에서 문제가 된 폭스바겐 차량에 달린 배출가스 저감장치가 유로6 엔진에 적용된 만큼 유로6 차량만 보면 된다”는 설명이었다.
이에 한국경제신문은 “문제의 차량이 유로5 기준으로 생산된 것인 만큼 유로5 차량도 조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환경부는 처음에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폭스바겐 독일 본사와 한국법인이 “배출가스를 조작한 차량은 모두 유로5 기준”이라고 시인하자 뒤늦게 의견을 번복했다. 환경부는 지난 10월 초에 간담회를 열어 “유로5 기준 차량도 조사 대상에 포함하겠다”고 물러섰다.
환경부는 유로5 기준의 2개 차종과 유로6 기준의 5개 차종을 함께 조사했지만 유로6 기준 차량에선 문제점을 전혀 찾지 못했다. 유일하게 유로5 기준의 EA189엔진을 장착한 티구안에서만 배출가스 조작 사실을 확인했다. 이 사실 하나로 티구안과 같은 EA189엔진을 넣은 15개 차종 12만5522대에 대해 리콜조치를 내렸다. 폭스바겐코리아에 14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국내에서 판매된 다른 디젤차로 조사를 확대하기로 했다.
환경부가 처음 생각대로 유로6 기준 차량만 조사했더라면 이런 조치를 취하지 못했을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먼저 “폭스바겐 차량엔 문제가 없었다”고 공표할 뻔했다. 뒤늦게 생각을 바꾼 건 다행이지만 여전히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부정행위가 확인됐으면 폭스바겐을 사기죄로 검찰에 고발해야 하는데 환경부는 다시 폭스바겐 봐주기를 하는 것 같다”(하종선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말을 곱씹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정인설 산업부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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