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자발적인 개인의 네트워크가 새로운 부 창출한다

입력 2015-11-26 18:35  

증폭의 시대

마리나 고비스 지음 / 안진환·박슬라 옮김 / 민음사 / 343쪽 / 1만9000원



[ 김보영 기자 ] #1. 미국의 한 생의학연구소에서 자원봉사를 하던 이리 젠트리는 상당수 과학 프로젝트가 ‘행정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프로젝트마다 관료가 너무 많이 따라붙고, 연구자가 대우나 보상을 제대로 받는 사례가 드물었다. 생의학 연구자 존 슐렌던과 함께 생물학 연구 모임인 ‘바이오큐리어스’를 구성하게 된 계기다. 바이오큐리어스는 과학자와 철학자, 공학자, 디자이너 등 다양한 배경 지식을 갖춘 이들이 한데 모여 자발적으로 생물학을 연구하는 공동체다. 이 그룹은 유전자를 분석하는 PCR 기기를 자체 개발해 기존 제품 가격의 5~12% 수준인 500달러(약 57만원)에 내놨다.

#2. ‘폴드잇(Foldit)’이라는 게임이 있다. 웹사이트에 고득점자의 순위가 올라 있는 이 게임은 얼핏 보기에 보통의 퍼즐 게임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는 ‘단백질 접힘’이라는 세포 안의 현상을 연구하는 게임이다. 게임 이용자들은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효율적인 형태로 바꾸며 높은 점수를 얻고, 연구자들은 이를 바탕으로 알려지지 않은 단백질의 구조를 밝힌다. 2010년 네이처에 실린 단백질 구조 관련 논문에 연구자 9명과 함께 5만7000여명에 달하는 게임 이용자 명단이 실린 이유다.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활동이 근본부터 변하고 있다. 의료와 행정, 교육, 언론 등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변화의 양상도 다양하다. 하지만 공통된 방향성은 있다. 기술을 기반으로 한 ‘분산화’다. 이전에 기업이나 기관만 맡을 수 있던 역할을 첨단 기술을 바탕으로 이제는 개인이 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자발적으로 움직이는 거대한 인적 네트워크가 각자의 사회적 도구와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종류의 부를 창조하는 것이다.

마리나 고비스 미국 미래연구소(IFTF) 소장이 ‘소셜스트럭팅’이라 명명한 현상이다. 그는 신간 《증폭의 시대》에서 사회 각 분야의 소셜스트럭팅 사례를 살펴본다.

거대 조직에 속하지 않고 개별적으로 활동하는 개인들은 이전에 성립할 수 없었던 경제 활동에 기여한다. 운영 비용이 이윤에 비해 너무 높아서 조직이 관여하지 않았던, 이른바 ‘코즈의 최저점’ 아래 있던 분야의 일들이다. 보급형 PCR 기기를 제작한 바이오큐리어스의 혁신이 대표적이다. 반면 ‘폴드잇’은 ‘코즈의 최고점’ 위에 위치한 일 중 하나다. 일개 조직이 감당하기엔 규모가 큰 활동을 개인이 해내는 사례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는 특정 분야의 일을 ‘직업’으로 가진 사람은 줄어들지만 실제 그 일을 하는 사람은 늘어나는 아이러니도 생겨난다. 언론이 대표적이다. 퓨리서치센터는 2009년 미국 신문업계에 종사한 언론인 수가 2001년의 80%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대신 시민 언론 사이트와 개인·공용 블로그가 증가하는 추세다.

이미 시작된 소셜스트럭팅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저자는 세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하며 예측을 독자 몫으로 남긴다. 가장 온건한 예측은 제조업 시대까지 세계를 공고히 지배해 온 화폐 경제가 살아남는 경우다. 화폐 경제와 소셜스트럭팅 구조가 공존하며 서로를 보완하는 시나리오다. 기존 화폐 경제가 소셜스트럭팅에 기반한 ‘소셜 화폐’ 경제로 대체되는 시나리오는 훨씬 급진적이다. 이 경제가 성립하려면 개인의 사회적 기여도를 평가하는 체계, 서로 다른 사회 활동에서 탄생한 소셜 화폐를 교환할 수 있는 체제 등이 필요하다. ‘선물 경제’가 지배하는 유토피아적 미래도 하나의 가능성으로 제안한다.

소셜스트럭팅이 부른 미래 사회가 혁신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특정 시스템을 만든 창업자만 돈을 벌고 이에 이바지한 개인들은 아무것도 챙기지 못하는 ‘장원 경제’가 디지털 버전으로 다시 복원될 수도 있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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