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에는 세계 10대 조선소였는데…기업청산 앞둔 신아sb "아! 옛날이여"

입력 2015-11-26 19:07  

현장리포트

조선업계 불황 못 넘고 23일 파산신청서 제출

삼호조선·21세기조선 등 통영 중형사 명맥만 유지
주변 상권도 침체 빠져



[ 김해연 기자 ]
최근 법원에 파산신청을 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될 경남 통영시의 신아sb 조선소. 겨울 추위가 찾아온 26일 조선소 내부는 적막했다. 직원들을 찾아보기 힘들었고 대형 크레인과 선박 자재들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15만5300㎡ 규모의 작업장은 적막감으로 뒤덮여 한때 세계 10대 조선소였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본관 6층의 텅 빈 사무실에서 만난 오재준 경영지원부장은 “조선업 전반에 불어닥친 불황을 중소 조선소가 넘어서기에는 역부족이었다”며 “파산 절차를 밟는다는 소식에 직원들이 아무도 안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통영의 향토기업으로 지역경제를 견인했던 신아sb(옛 SLS조선)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신아sb는 이날 지난 23일 창원지방법원에 기업 파산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4월 법정관리?신청한 지 20개월여 만이다. 남은 건 청산 절차뿐이다. 법원은 기업 청산을 전담할 파산관재인을 지정해 회사에 보낼 예정이다. 관재인은 신아sb가 보유한 자산을 처분해 채권자에게 분배한다. 회사 측은 부동산과 기계류 등의 감정가는 1500억원, 청산가치는 1380억원이라고 밝혔다.

신아sb는 1946년 멸치잡이용 어선 등을 만드는 회사로 출발했다. 1970년대 들어 신아조선으로 사명을 바꾸면서 조선소로서의 모습을 갖췄다. 4만~5만t급 중형 탱커선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2000년대 중반 수주 잔량 기준 세계 10대 조선소에 들었다. 2006년 이국철 전 회장이 신아조선을 인수해 SLS조선으로 바뀌었다. 이후에도 조선경기 호황을 맞아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2008년 세계 금융위기로 신규 수주가 중단된 데다 경영진의 정치권 로비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위기에 직면했다. 이 회사는 이를 이겨내지 못해 2010년 채권단 공동관리로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갔다. 2011년 사명을 신아sb로 바꾸고 정상화에 나섰지만 흐름을 돌리지는 못했다. 지난해 4월 법정관리를 신청한 신아sb는 기업회생 절차에 마지막 희망을 걸었으나 네 차례에 걸친 매각 시도마저 실패해 결국 파산 절차를 밟게 됐다.

오 부장은 “잘나갈 때는 직영 인력만 2000여명, 협력업체까지 합치면 5000명이 넘었다”며 “거제의 대형 조선소는 그나마 버틸 여력이라도 있지만 중소 조선소가 많은 통영은 위기를 피해갈 방법이 없었다”고 말했다.

신아sb 파산으로 통영의 중소 조선업체들은 점점 더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신아sb와 인접한 삼호조선과 21세기조선도 매각과정을 밟으며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다소 규모가 큰 성동조선瞞永?삼성중공업에 위탁 운영될 처지다.

중소 조선업체들의 경영위기는 인근 도남동 상권을 침체 속으로 빠져들게 하고 있다. 이곳에서 돼지국밥집을 운영하는 최모씨는 “수년 전만 해도 조선소 직원을 상대하느라 24시간 영업을 했다”며 “지금은 완전히 ‘아 옛날이여’가 됐다”고 하소연했다.

노동조합 사무실을 지키고 있던 박기정 신아sb 사무장은 “지난 24일 기준 정규직원이 188명인데 160명은 퇴직금을 받기 위해 사직서를 제출했다”며 “나머지 조합원 28명은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았고 생계를 위해 끝까지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영=김해연 기자 hay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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