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 겪는 피해자들
[ 마지혜 기자 ] 믿을 만한 회사라고 생각했다. 투자를 권유한 친구는 “한국엔 낯설지만 영국에 본사를 둔 유명 투자컨설팅회사”라고 속였다. 다달이 수당이 들어온 친구의 통장사본까지 보고 나니 확신이 들었다. 올해 초 저축 통장을 헐어 3000만원을 이곳에 투자했다.
한동안은 수당이 꼬박꼬박 들어와 의심하지 않았지만 ‘불법 유사수신업체 적발’ 등의 기사가 뉴스에 자꾸 나오자 불안해졌다. 당초 가입을 한 사무실에 찾아가 투자 원금을 돌려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센터장은 “절대 사기가 아니다”고 해명하면서 일단 기다려보라고 했다. 계속 전화를 걸자 센터장은 아예 전화를 받지 않았다. 지난 3월 경찰에 신고했지만 아직도 원금을 돌려받지 못했다.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프로스퍼컴에 투자한 인천의 주부 한모씨 얘기다. 한씨는 “힘들게 모은 돈을 허공에 날리게 될까 초조하다”며 “전화벨만 울려도 깜짝 놀란다”고 했다.
금융사기업체에 당한 피해자들이 전국 곳곳에서 아우성치고 있다. 노후자금을 사기업체에 털어넣었다가 실의에 빠진 노인들이 속출하고, 배우자가 돈을 모두 날린 뒤 갈등을 거듭하다 이혼한 사례도 있다.
경남지역에 사는 70대 여성 김모씨는 올해 초 가상화폐 힉스코인에 수천만원을 투자했다 최근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 김씨는 “중국에서 정식 허가를 받은 사업으로 매주 120만원을 넣으면 10배로 돌려주겠다”는 지인의 말에 넘어갔다. 사기임을 알게 된 건 병원비로 큰돈이 필요해졌을 때다. 원금을 돌려달라고 요청했지만 업체는 “기다리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노환에 스트레스까지 겹치면서 김씨는 심각한 우울증에 걸렸다. 뒤늦게 사실을 알게 된 김씨의 딸이 경찰에 신고했지만 돈을 되찾는 데 실패했다. 김씨의 딸은 “나이 든 어머니가 노후 걱정으로 고통스러워하는 걸 보니 억장이 무너진다”고 말했다.
가정이 풍비박산나는 사례까지 있다. 부산에 사는 60대 남성 김모씨는 사기 업체를 맹신해 가산을 전부 쏟아부은 부인과 갈등을 거듭하다 최근 이혼했다. 김씨는 “사이비 종교에 빠진 것처럼 불법업체의 지역 순회 설명회를 쫓아다니고 일가 친척까지 전부 끌어들이려 해 정상적인 가정생활을 유지하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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