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로마제국처럼 몰락할 수도" 경고…커가는 '난민 공포증'

입력 2015-11-27 19:28  

네덜란드 총리 "국경 못지키면 로마처럼 쓰러져"
FT "통합과 관용의 유럽 가치 훼손 우려"



[ 박종서 기자 ] 프랑스 파리에서 발생한 ‘11·13 연쇄테러’ 이후 유럽연합(EU)에서 난민 유입에 대한 거부감이 커지고 있다. EU가 난민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면 로마제국처럼 몰락할 수 있다는 ‘급진적 경고’까지 나왔다. 난민을 보호대상에서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세력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확산되면서 유럽의 인도주의가 힘을 잃어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모든 난민은 잠재적 테러리스트”

2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사진)는 외신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게르만족 공격에 무너진 로마제국을 거론하며 “로마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국경을 지키지 못하면 거대 제국도 쓰러지고 만다”며 “난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긴급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폴란드 헝가리 루마니아 등 동유럽 국가는 그동안 난민 수용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여왔다. 그런데 비교적 경제사정이 좋은 서유럽 국가 지도자마저 극단적인 반(反)난민 시각을 드러낸 것이다. 네덜란드는 내년 1월부터 EU 상임의장국을 맡는다.

뤼터 총리는 “그리스에는 올해 70만명 이상의 난민이 들어와 최소 10만명에 대한 수용 능력을 늘려야 할 정도”라며 “지체할 시간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난민에 의한 테러 위험성도 강조했다. 뤼터 총리는 “난민 가운데 테러리스트가 섞여 있을 위험이 있기 때문에 모든 난민은 잠재적 테러리스트”라며 “특히 유럽에서 (시리아 등) 분쟁지역으로 나갔다 돌아온 인물은 극단주의 무장단체로부터 살해기술을 배워왔기 때문에 더욱 위험하다”고 덧붙였다. 뤄터 총리처럼 공개적으로 난민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노르웨이와 스웨덴 등도 입국서류 검사를 강화하며 난민 유입 제한을 시작했다.

유럽 자유로운 이동 위협

FT는 “뤼터 총리의 발언은 유럽 내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는 솅겐조약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1985년 마련돼 현재 26개국이 가입한 솅겐조약은 가입국 국경에서 검문검색과 여권검사 등을 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뤼터 총리의 주장대로 난민 통제를 강화하려면 신분검색이 불가피해지고 솅겐조약이 무력화될 수밖에 없다.

장클로드 융커 EU집행위원회 위원장은 “솅겐조약은 유럽을 세운 기둥이자 단일통화를 유지하는 근간”이라며 솅겐조약 수호 의지를 밝혀왔다. 난민을 제한하더라도 솅겐조약을 유지하면서 안전장치를 마련하자는 주장이다.

하지만 독일 프랑스를 비롯해 유럽 각국의 우파 세력은 EU보다 자국 안전이 우선이라며 반대 목소리를 분명하게 내고 있다. 이에 대해 FT는 “유럽 각국이 국경 통제를 강화하면서 통합과 관용의 유럽 가치가 훼손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국경통제가 강화되면 다시 자유롭게 열리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EU집행위는 난민을 국가별로 할당하겠다는 난민쿼터제도를 도입하려다 회원국의 반대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각국에 난민을 할당하는 대신 터키에 대규모 수용시설을 짓는 계획으로 선회하는 등 난민 문제 해결에 난항을 겪고 있다.

난민 수용에 대한 장벽을 높이면서 유럽의 도덕성을 규탄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아프리카 식민통치로 막대한 부를 축적했던 유럽이 생존을 위해 몰려드는 과거 식민 국가들의 난민을 국가 안보의 적(敵)으로 규정하는 것은 이중적인 처사라는 지적이다. 대규모 난민이 발생하고 있는 시리아는 프랑스 식민지였으며 에리트레아는 이탈리아 지배를 받았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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