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원인, 서양인은 비만·한국인은 췌장이 문제

입력 2015-11-28 03:00  

성인 4106명 관찰 조사

췌장 인슐린 분비능력↓
당뇨병 걸리는 환자 늘어나



[ 이지현 기자 ]
한국인은 췌장 기능이 떨어져 당뇨병에 걸리는 환자가 많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온정헌, 곽수헌, 박경수 서울대병원 내과 교수팀과 조남한 아주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 연구팀이 2001~2012년 경기 안성시와 안산시에 사는 성인 4106명을 관찰한 결과다. 지금까지 서양인은 주로 비만 때문에 당뇨병에 걸린다고 밝혀졌지만 한국인은 왜 당뇨병에 걸리는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당뇨병은 몸이 인슐린 자극에 둔감해지거나 췌장이 제 기능을 못해 인슐린을 제대로 분비하지 못하는 질환이다. 인슐린은 포도당을 에너지로 저장하는 역할을 한다. 당뇨병 환자는 이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포도당이 소변으로 나오거나 갈증이 나 물을 자주 마시는 등의 증상을 보인다.

연구팀은 한국인이 당뇨병에 걸리는 원인을 찾기 위해 2년마다 검사해 췌장의 인슐린 분비능력과 인슐린 신호에 대한 민감도 등을 관찰했다. 조사기간 동안 전체의 12%(498명)가 당뇨병에 걸렸고, 27%(1093명)는 당뇨병 전 단계 증상을 보였다. 61%(2515명)는 정상 혈당을 유지했다.

당뇨병 환자와 정상 혈당 그룹을 비교했더니 정상 혈당 그룹은 조사 초기보다 인슐린 감수성이 27% 줄었고 인슐린 분비능력이 70% 증가했다. 나이가 들면서 몸이 인슐린 자극에 둔감해졌지만 췌장이 더 많은 인슐린을 분비해 정상 혈당을 유지한 것이다.

반면 당뇨병 환자들은 조사 초기보다 인슐린 감수성이 64% 줄었지만 인슐린 분비능력은 증가하지 않았다. 당뇨병 환자들은 췌장에서 인슐린을 잘 분비하지 못해 당뇨병이 생긴 것이다. 당뇨병 환자의 38%는 인슐린 분비능력이 떨어져 병에 걸렸다.

박경수 교수는 “한국인 등 동양인은 서양인과 달리 비만이 아니어도 당뇨병에 걸리는 환자가 많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한국인은 췌장의 인슐린 분비능력이 떨어져 당뇨병에 걸리는 환자가 많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혈당이 정상이지만 인슐린 분비능력이 떨어진 사람들을 찾아내 인슐린 분비능력이 왜 떨어졌는지, 이를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방법을 찾는 것이 한국인의 당뇨병 예방과 치료에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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