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파 없고 효율 높은 HVDC
송전선 민원 없앨 수 있어
LS, 500kV 변압기 등 개발 중
지멘스 등 '글로벌 빅3'에 도전
[ 김현석 기자 ] “이게 송전선 민원을 싹 없앨 수 있는 기술입니다.”
제주 한림읍 금악면 금악변환소에서 만난 백승택 LS산전 수석연구원의 말이다. 이곳엔 기존 송전 방식인 교류 송전이 아닌 교류를 직류로 바꿔 송전해주는 초고압직류송전(HVDC) 시설이 설치돼 있다. 직류로 전기를 보내면 1초에 60번씩 음양으로 변화하는 교류와 달리 전자파가 생기지 않는다. 장거리 송전 효율도 높다. 과거 직류 전압을 올리기 어려워 교류를 썼지만, 기술 발달로 이런 장애물도 사라졌다.
미국 중국 등 땅 넓은 나라를 중심으로 형성돼온 HVDC 시장은 2010년 140억달러에서 2020년 73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송전선 민원 없앨 HVDC
현재 세계 각국에서 대부분의 송전이 교류로 이뤄진다. 컴퓨터 가전 조명 등 각종 기기는 전달받은 교류를 직류로 바꿔 쓰기 위해 기기 내에 어댑터를 달고 있다.
그러나 최근 변화 조짐이 일고 있다. 직류 전압을 높여주는 전력반도체가 개발됐고,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와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직류를 쓰는 전기 시스템이 늘고 있어서다. 게다가 교류 송전은 전자파 발생으로 민원이 많다. 신고리 원전 3호기의 전기를 송전하기 위해 송전탑을 세우려던 한국전력과 밀양 시민 사이에 발생한 ‘밀양 송전탑 사건’이 대표적이다.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단지에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세우려던 송전탑도 최근 안성 평택 등의 주민 반대에 부딪혔다.
한전은 이에 당진화력~평택 간 HVDC 시스템을 설치해 지중화할 계획이다. 직류로 송전하면 전자파 발생이 없고 지하에 묻을 때도 편리하다. 전자파가 발생하는 교류는 터널을 건설해 매설해야 하지만, 직류 송전선은 그냥 묻으면 된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도 제주~진도 간 송전이 HVDC 해저케이블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LS산전 등 국산화 나서
직류 송전을 하려면 교류를 직류로, 그리고 보내온 직류를 다시 교류로 바꿔주는 변환소를 두 곳이나 설치해야 한다. 교류 송전에 비해 비용이 많이 든다. 하지만 송전 거리가 300㎞ 넘어가면 오히려 싸진다. 누설 전류가 거의 없어 송전 효율이 높아서다.
세계 HVDC 시장은 지멘스 ABB 알스톰 등 3개 회사가 독점하고 있다. 제주~진도 간 HVDC 시스템도 알스톰 기술을 도입한 것이다. HVDC 시장은 계속 커지고 있다. 1960년대부터 지금까지 가동하고 있는 시스템이 160여곳이지만, 건설 중이거나 계획 중인 프로젝트는 80여곳에 달한다. 2020년까지 매년 17.1% 성장할 것으로 시장조사업체 마케츠앤드마케츠는 분석했다.
국내에선 한전을 중심으로 LS산전 LS전선 대한전 ?등이 HVDC 시스템 국산화를 위해 손을 잡았다. 변환기술을 맡은 LS산전은 2011년 1100억원을 투자해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에 HVDC 공장을 지었다. 80kV 변환용 변압기를 개발한 이 회사는 올초 제주 금악변환소에 이를 설치했다. 백 수석연구원은 “최근 250kV 설비를 개발했으며 내년 500kV 개발을 마치면 실증 실험을 거쳐 2017년 해외시장 개척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제주=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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