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슈타인이 남긴 과제 '중력파'…우주 실험으로 찾는다

입력 2015-11-29 20:24  

상대성이론 발표 100년

유럽우주기구, 레이저 검출 장치 장착 위성 내달 발사
한국·미국 등 13개국 연구진은 진공터널 실험실서 증명 나서



[ 박근태 기자 ]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 발표 100주년을 맞아 그의 이론을 검증할 거대 우주 실험이 시작된다. 유럽우주기구(ESA)는 다음달 2일 남아메리카 프랑스령 기아나 쿠루우주센터에서 중력파 검출 장치가 장착된 ‘레이저간섭측정우주안테나(LISA) 패스파인더’ 위성(그림)을 실어 우주로 발사한다.

자기장이 흔들릴 때 나타나는 파동 현상을 전자기파로 부르듯이 중력파(重力波)는 시공간이 뒤틀리면서 중력장이 흔들릴 때 나타나는 전파적인 현상을 말한다. 흡사 잔잔한 물에 돌을 던지면 물결이 이는 것과 마찬가지다. 블랙홀 충돌이나 초신성 폭발처럼 우주공간에서 중력에 급격한 변화가 생기면 발생하는 파동으로, 아인슈타인이 1915년 일반상대성이론에서 그 존재를 예견했으나 지금까지 직접 검출에는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중력파를 검출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한 지점에서 다른 한 점으로 레이저를 쏘아 레이저 광선의 도착 시간과 지점을 측정하는 것이다. 중력파 영향으로 시간과 공간이 휘어진다면 레이저 광선은 약간 늦게 또는 약간 어긋난 지점에 도착한다. 하지만 중력파는 에너지가 아주 적어 레이저의 도착 위치가 원자(原子)의 지름만큼도 어긋나지 않을 정도로 측정하기 어렵다.

LISA 패스파인더 위성 안에는 금과 백금으로 만든 가로세로 46㎜, 무게 1.96㎏의 정육면체 두 개가 38㎝ 떨어진 거리에 있다. 두 정육면체는 어떤 힘으로부터도 영향을 받지 않도록 차단됐다. 이 위성은 발사 직후 지구 주변을 여섯 바퀴 돌며 점점 멀어지다가 지구에서 150만㎞ 떨어진 라그랑주 점이란 지점으로 날아간다. 이 영역은 지구와 태양 중력이 서로 상쇄되는 곳이다. 연구진은 두 정육면체 상대 거리를 1조분의 1m 오차를 구별하는 레이저로 정밀하게 잴 계획이다. 만에 하나 거리가 미세하나마 변한다면 중력파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ESA는 장기적으로 레이저 송수신장치를 장착한 위성 3대를 서로 500만㎞씩 떨어뜨린 뒤 서로 위치를 측정해 중력파를 측정할 계획이다.

아인슈타인이 일반상대성이론을 검증하려는 중력파 연구는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한국과 미국 독일 영국 등 13개국 연구진은 미국의 중력파 검출 장치인 ‘레이저간섭계중력파천문대(LIGO·라이고)’에서 중력파를 확인하고 있다. 길이 4㎞의 진공터널 2개로 구성된 이 실험시설에는 터널 끝에 거울을 붙여놓고 레이저를 쏘아 되돌아온 빛을 관측해 시공간에 미세한 변화가 있는지 가늠한다. 지난해 중력파 검출에 성공했다고 주장했다가 나중에 오류로 드러난 미국 ‘하버드 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센터’의 바이셉2, 유럽의 버고(VIRGO), 일본의 카그라(KAGRA) 등 관측시설도 중력파 검출에 나서고 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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