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조원 준조세, 정말 무슨 정당성이 있나

입력 2015-11-30 17:35  

국회는 어제 본회의에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을 처리했다. 이에 앞서 여야와 정부는 야당이 FTA 비준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운 1조원 규모의 농어민 지원기금 조성에 합의했다. 기금 1조원은 민간기업과 공기업 농·수협 등의 자발적인 기부금을 재원으로 매년 1000억원씩 10년간 조성하게 된다고 한다. 기업들은 청년희망펀드 조성이나 창조경제혁신센터 설립 등으로 억지 기부금을 내고도 다시 메가톤급 준조세 폭탄 소식을 듣고 있다. 한·중 FTA에서 이익을 내는 수출 기업이 손해를 보는 농업을 보전해야 한다는 게 명분이라고 한다. 차라리 무역이득공유제 법안을 만든다면 법정에서 시비를 가릴 수 있겠지만 기금이나 성금으로 하는 건 너무나 지나친 편법이다. 의회가 내두르는 폭력 앞에 기업들만 만신창이가 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이미 기업들은 부담금이나 기여금 기부금 성금 등 온갖 명목의 준조세에 시달리고 있다. 올해 초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준조세에 대한 기업 부담을 조사한 결과 보통(100) 수준을 넘어선 110으로 나타났다. 부담이 상당하다는 얘기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조사한 231개 기업의 사회공헌 지출비가 지난해 2조6708억원이나 된다. 경기가 좋지 못한데도 수익 대비 지출 비중은 오히려 올랐다. 정부에서 수행하는 부담금도 2003년 100개에서 지난해 97개로 그다지 줄지 않았다. 한국에서 기업하기 위해 감수해야 할 사회적 매몰비용으로 치부하기엔 너무나 억울하다.

이렇게 조성된 기여금이나 기금이 경쟁력 제고에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다. 농어촌 지원기금도 주로 농어촌의 특산물 구매나 마을 정비사업, 자녀학비 지원에 사용될 것이라고 한다. 그저 선거지원용인 셈이다. 우루과이라운드 쌀시장 개방 이후 1995년부터 지금까지 농가보조금이 200조원을 넘는다. 그러나 경쟁력이 높아졌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농민단체들은 오는 5일 국민대회를 열고 또 한·중 FTA 반대를 외칠 것이라고 한다. 정치는 어쩌자고 그런 주장에 맞장구를 치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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