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은 기자 ] 세계 각국이 다국적 기업의 조세 회피를 막기 위해 이른바 ‘구글세’를 도입하기로 한 가운데 도이치뱅크가 자사 고객에게 새로운 조세 회피 방법을 제안한 것으로 드러났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도이치뱅크 내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이 은행이 안호이저부시(AB)인베브, 카길 등 주요 고객에게 복잡한 방식의 세금 회피 방법을 제안했다고 30일 보도했다.
이 방법은 ‘수익참여기구(PPI)’라고 불리는 서류상 회사를 활용해 금융투자 형태로 수익을 고세율 국가에서 저세율 국가로 이전하는 것이 핵심이다. 도이치뱅크의 오스트리아 지점과 AB인베브 본사가 공동으로 투자해 오스트리아에 합자회사를 세우고, 이 합자회사는 투자된 자금(펀드)을 유럽연합(EU) 내의 저세율국가에 있는 AB인베브법인(이하 EU법인)에 대출해주는 형태다.
브라질 본사→오스트리아 합자회사→EU법인→브라질 본사로 돈을 돌리면 브라질 본사에서 법인세를 내는 것보다 세 부담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오스트리아 합자회사와 AB인베브의 EU법인은 형식상 채권-채무자가 되기 때문에 소득에 대한 세금을 낼 필요가 없다. 또 AB인베브 본사와 도이치뱅크는 합자회사에서 배당 형태로 돈을 뽑을 수 있는데, 배당 소득에 대해 본사에서 세금을 내 ?하겠지만 통상 금융투자 배당소득에 대한 세율은 법인세율보다 낮다.
FT는 도이치뱅크가 멕시코와 룩셈부르크 간 조세협정을 이용하는 등의 형태로 다른 고객사에도 비슷한 제안을 했다고 설명했다.
주요 20개국(G20)은 11월15~16일 열린 정상회의에서 구글세로 불리는 ‘국가 간 소득이전 및 세원잠식(BEPS) 방지를 위한 방안’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초안을 만들었다. 그러나 도이치뱅크가 제안한 금융투자기구를 이용한 조세회피 행위는 BEPS에 명확한 규정이 없고, 규정을 만들려 해도 조건을 설정하기가 상당히 까다롭다.
고윤성 한국외국어대 경영학부 교수는 “BEPS에 거래 정보 공유 등의 규정이 있지만, 실제 국가 간 정보 공유는 어려움이 있고 조세 피난처 국가들이 협조할 가능성도 낮기 때문에 도이치뱅크 방식을 택하면 세금을 덜 낼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한경닷컴 바로가기] [스내커] [슈퍼개미] [한경+ 구독신청]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