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무대서 통하는 골프선수 되고 싶어
야구장서 사진 찍자고 팬들 몰려 인기 실감
재능보다 연습이 90%…루틴 지켜야 실력 늘어
[ 이관우 기자 ] “내년에는 LPGA 대회 우승이 목표입니다.”
일본 프로골프 무대를 평정한 ‘스마일 캔디’ 이보미(27·코카콜라재팬)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를 정조준했다. 최소 1승이 목표다.
그는 3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일본 투어 상금왕이라는 올해 목표를 달성한 만큼 이젠 새로운 목표에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보미는 앞서 지난 29일 끝난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 리코컵챔피언십에서 공동 6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그는 “일본 골프장은 디자인이 섬세해 거리에 신경쓰기보다 정교한 골프를 해야 스코어가 잘 나온다”며 “일본 무대에 진출한 이후 정확도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는데 그게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들쭉날쭉했던 퍼팅을 집중적으로 연습한 점이 큰 효과를 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홀당 평균 퍼팅 수(1.758)에서도 올해 1위에 올랐다.
귀여운 외모에 실력까지 갖춘 덕에 이보미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일본 골프팬은 물론 일반 스포츠팬 사이에 ‘보미짱’이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골프 선수로는 드물게 연예 프로그램 출연 제의까지 받았다. 광고 출연료는 2억~3억원을 오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팬클럽 회원들이 ‘상금왕 케이크’를 만들어줬을 때와 야구장에 갔을 때 인기를 실감했다고 했다.
“재팬시리즈를 보러 갔더니 팬들이 야구를 보다가 제게 많이 왔어요. 팬과 사진을 찍으면서 ‘아, 내가 많이 유명해지긴 했구나’ 하고 실감이 나더라고요.”
인기가 치솟고 성취감으로 가슴이 벅차오를 때마다 더욱 그리운 건 지난해 9월 돌아가신 아버지다. 그는 “상금왕을 확정지었을 때 아빠가 제일 먼저 떠올랐다”며 “아빠가 늘 응원해주셨기 때문에 지금의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보미의 아버지는 “일본 투어에서 꼭 상금왕을 차지했으면 좋겠다”는 유언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버지는 그에게 골프의 시작이자 끝이나 마찬가지다. 초등학교 5학년이던 16년 전 태권도장에 몰래 다니던 그에게 골프를 가르쳐준 첫 스승이 아버지였다. ‘보미짱 신드롬’의 비결로 알려진 겸손과 성실, 밝은 미소도 아버지에게서 배운 프로골퍼의 자세다. 이보미는 “아빠가 없었으면 골프도 없었고 제 인생도 달라졌을 것”이라며 “새 목표 달성도 아빠가 많이 응원해주실 걸로 믿는다”고 했다.
미국 무대에 정식으로 진출하기엔 아직 때가 아니라는 생각이다. 하지만 상금왕과 세계랭킹 순위로 출전할 수 있는 대회는 모두 참가할 작정이다. 그는 “내년에 5개 안팎의 LPGA투어 출전이 가능한 것으로 안다”며 “대부분 메이저대회라 그 어느 때보다 우승 욕심이 난다”고 말했다. 현재 세계랭킹 16위인 이보미가 올 시즌 JLPGA 상금왕 자격으로 참여할 수 있는 대회는 US여자오픈과 브리티시여자오픈, 에비앙챔피언십, ANA인스퍼레이션 등이다. 모두 메이저대회다. 일본 투어에선 3승 이상과 2년 연속 상금왕이 목표다.
이보미는 한국 일본 미국 등 세계 무대에서 모두 통하는 골프를 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호주의 캐리 웹처럼 나이가 들어도 잊혀지지 않는 골프선수가 되고 싶다”며 “세계 무대에서 오래 활동할 수 있도록 기초체력과 쇼트게임 보완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마추어 골퍼들이 새겨둘 만한 비법은 없을까. “골프는 재능보다 90% 이상이 노력인 것 같아요. 그래도 중요한 게 있다면 루틴을 꼭 지키라고 하고 싶습니다. 스윙이나 스트로크를 하기 전 항상 똑같은 동작과 속도로 해야 결과도 좋거든요. 기본인데도 아마추어들은 잘 안 지키는 것 같아요.”
이보미 프로필
▶출생 : 1988년생(만 27세)
▶출신지 : 강원 인제군
▶학력 : 건국대 골프학과
▶별명 : 스마일캔디·까만콩·보미짱
▶주요경력 : △2007년 프로데뷔2010년 KLPGA 3승(상금왕·다승왕)△2011년 JLPGA 진출△2012년 JLPGA 3승△2013년 JLPGA 2승△2014년 JLPGA 3승△2015년 JLPGA 5승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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