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조세 45조…법인세보다 더 걷었다

입력 2015-12-01 17:55   수정 2015-12-03 14:50

지난해 처음 법인세 추월…기부금 합치면 50조 넘어
청년희망펀드 등 반강제적 모금 늘어



[ 김주완 기자 ] 기업에 경제적 부담을 주는 준(準)조세 규모가 지난해 45조원에 달해 처음으로 법인세수를 넘어섰다. 최근 정부와 여야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 조건으로 신설하기로 한 농어촌상생기금 같은 각종 기부금까지 더하면 준조세 규모는 50조원을 넘어설 것이란 분석이다.

1일 한국조세재정연구원과 기획재정부 등 관련 부처에 따르면 지난해 기업들이 낸 준조세 규모는 44조6708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법인세수(42조6503억원)보다 2조205억원 더 많다. 여기에서 준조세는 기업들이 내는 각종 법정 부담금과 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 등 4대 보험료, 노인장기요양보험 등의 사회보험료만 포함한 것이다.

기부금을 비롯해 청년희망펀드 등 정부가 경제계에 독려하는 각종 사업의 재원, 사회공헌 지출은 들어가지 않았다. 이런 부담까지 포함하면 지난해 준조세는 50조원을 훌쩍 넘을 것이란 추정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231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지난해 사회공헌 지출은 2조6708억원에 달했다.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수년간 준조세가 가파르게 늘고 있다”며 “이로 인해 기업의 투자 여력이 줄고 경제 활력도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에 가장 큰 부담을 주는 준조세는 사회보험료였다. 지난해 전체 준조세의 70.0%에 달했다. 31조2706억원으로 10년 새 2.7배 급증했다. 지난 1월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564개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사회보험료 납부가 세무조사 등 행정조사 다음으로 기업 경영에 부담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창배 연구위원은 “대부분 사회보험제도가 기업이 일부 부담하도록 설계돼 있는데 정부가 복지를 확대하면 기업 여건과 상관없이 이 지출이 늘어나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각종 부담금도 기업 경영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부담금 수는 2008년 101개에서 지난해 95개로 줄었다. 하지만 징수액은 같은 기간 14조1390억원에서 17조1797억원으로 늘었다. 지난 1월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 제조업체 30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해 부담금 평균 지출액은 970만원으로 2009년 817만원보다 153만원(18.7%) 늘었다.

예컨대 폐기물 부담금은 중소기업이 가장 꺼리는 부담금으로 꼽힌다. 환경부는 플라스틱, 유독물, 껌, 부동액 등에 폐기물 부담금을 부과하고 있다. 하지만 부과 기준을 두고 정부와 제조업계가 매년 팽팽히 맞서고 있다. 해당 제품의 재활용률이 높아지고 있지만 부담금 수준은 바뀌지 않아 규제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손원익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연구·개발센터 원장은 “부담금 제도는 세금에 舟?조세 저항이 덜해 정부가 쉽게 택하는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박근혜 정부 들어 준조세가 늘어나고 있다는 목소리도 높다. 정부는 지난 9월부터 청년 일자리 창출을 돕는다는 명분으로 민간 기금인 청년희망펀드를 조성하기 위한 기부를 받고 있다. 정부는 ‘강제성이 없는 자율 기부’라고 하지만 기업엔 ‘반강제’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는 창조경제혁신센터도 준조세 성격이 강하다.

창조경제 성과가 미미하다는 지적이 일자 정부는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주요 기업에 지역별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설립하도록 했다. 기업들은 떠밀리듯 별도의 투자 계획을 세우고 운영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2018년 열리는 평창동계올림픽 후원금도 기업에는 세금이나 다름없다. 재계 관계자는 “정부가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재원이 부족하면 기업에 협조를 요청하는 것은 사실상 법인세를 올리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 준조세

세금 이외 기업들이 강제적으로 내야 하는 부담금. 정부로서는 조세보다 조성이나 운영이 쉽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기업에는 불필요한 경제적 부담을 주고 제품 원가 상승요인이 되는 등 부작용이 크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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