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은정 기자 ] 한국보다 길게는 20년 먼저 미국 유럽 일본 등에서 설립된 인터넷은행들은 초기에 모기업의 고객 기반을 적극 활용하는 전략으로 기존 은행의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른 곳이 적지 않다.
자산 규모가 1033억달러(약 119조6200억원)에 이르는 미국 최대 인터넷은행 찰스슈워브뱅크는 모기업인 증권회사와 거래하던 기존 고객을 바탕으로 성장했다. 고객 자산을 직접 운용해 수익률을 높이고, 온라인 대출회사와 제휴해 모기지 상품을 판매하는 식으로 사업 기반을 굳혔다.
미국 내 예금 기준 29위 은행으로 성장한 앨리뱅크는 자동차회사 제너럴모터스(GM)의 금융계열사다. GM 브랜드를 최대한 활용, 자동차 딜러를 대상으로 한 기업대출과 자동차 구매자 대상의 오토론을 특화했다.
일본 인터넷전문은행도 증권, 유통, 통신 등 다른 업종과의 적극적인 제휴로 사업 모델을 특화해 설립 4~5년 뒤 흑자로 전환했다. 자산 기준 일본 1위 인터넷은행인 다이와넥스트는 모기업인 다이와증권의 지원으로 초기 시장을 선점하는 데 성공했다.
라쿠텐뱅크도 모기업인 인터넷 상거래업체 라쿠텐의 ‘후광’에 힘입은 마일리지 프로그램 등을 적극 활용했다. 이 은행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2.9%(2013년 기준)로 인터 鳧뵉?중 최고 수준이다.
유럽에서도 보험사인 푸르덴셜이 젊은 층을 공략하기 위해 설립한 영국 에그뱅크와 스웨덴 최대 보험사가 세운 스칸디아뱅크가 모기업의 정보기술(IT) 인프라와 브랜드, 후선업무 등을 활용해 초기 비용을 절감하고 대규모 고객 기반을 확보했다.
확실한 고객을 확보하지 못하고 가격 경쟁에 몰두한 인터넷은행들은 대부분 문을 닫았다. 1995년 세계 최초로 인터넷은행을 선보인 미국에서는 네트뱅크가 설립 후 고금리 예금으로 자금을 조달한 뒤 저신용자를 상대로 고위험 대출에 주력하다가 대규모 부실을 떠안았다.
서병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초기에는 주요 주주사의 기존 고객을 기반으로 특화된 사업 모델을 내놓는다면 인터넷은행들도 충분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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