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기업 많아 '투자 주의보'
[ 정소람 기자 ] 중국 면세 유통, 핀테크(금융+기술) 등 인기 테마 업종의 신사업을 추진한다는 명목으로 외부 자금을 과도하게 끌어다 쓰는 상장사가 늘고 있다. 적자가 누적된 상황에서 다른 법인 주식을 추가로 취득해 부채를 키우는 무리한 행보도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CCTV를 제조하는 코스닥 상장사 씨앤비텍은 중국 면세 유통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중국 현지 유통사인 FT몰(대표 라정현) 지분 20%를 취득했다. 이어 2일에는 종속회사인 아이캔텍 주식 35만주를 70억원에 현금 취득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지난달 씨앤비텍의 최대주주가 건강기능식품 업체인 원기산삼 등으로 바뀌면서 신사업 진출과 사업 구조조정을 추진한 데 따른 것이다. 신사업 진출 등에 대한 기대감으로 지난달 초 5000원대였던 주가는 7000원대까지 급등했다.
그러나 이미 회사 인수를 위해 차입금을 끌어다 쓴 데다 기존에 지분을 취득한 아이캔택 케이파워창업투자 등 5개의 계열사들도 일제히 손실을 기록 중이다. 때문에 연결 기준으로 지난해 11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올해도 매분기 28억원~37억원의 손실을 봤다.
또 다른 상장사 핫텍도 상황이 비슷하다. 상품권 유통을 주력으 ?하는 이 회사는 핀테크 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지난 10월 말 120억원을 투자해 유니온상호저축은행 지분 45%를 사들이기로 계약을 체결했다. 또 중국 면세업 진출을 위해 같은 달 다른 상장사인 뉴프라이드 유상증자에 참여해 10억원 상당을 투자했다. 이어 다음달에는 종속회사인 이노그리드가 10억원을 들여 나다테크 회사 지분 51%를 취득한다고 공시했다.
핫텍은 이미 티켓나라 퓨쳐하이테크 한셋투자자문 스포라이브 등 여러 곳에 투자했으며 한 곳을 제외하고는 모두 순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2012년부터 3년 연속 적자를 냈으며 지난 분기에는 매출 308억원에 영업손실 33억6000만원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적자가 누적된 회사들의 무리한 신사업 진출을 무조건 호재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부채가 과도한 상황에서 신사업이 실패할 경우 회사 전체가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신사업이 추진되기 전에 취소되거나 물의를 빚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중국 면세 유통사업을 추진 중인 게임업체 네오이녹스엔모크스의 경우 종속회사를 통해 다른 상장사 에이디칩스를 인수하려 했으나 잔금을 내지 못하고 지난달 계약을 결국 취소했다.
밸브업체인 엔에스브이는 기존 최대주주인 이오에스 등이 베이징면세점사업단에 최대주주 자리를 넘기기로 하면서 면세점 사업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가가 한 달 새 2000원대에서 9000원대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전문경영인인 임병진 대표 등이 “회사가 주가 조작의 도구로 사용되지 않도록 면세점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지난 1일 밝힌 뒤 5000원대까지 주가가 빠졌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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