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슬로바키아·헝가리 등 비세그라드 그룹 4개국과
3일 첫 정상회의 개최
자동차·전자 등 한국 기업…생산기지·수출시장 '부상'
[ 장진모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2일 체코 프라하에서 밀로시 제만 체코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원전, 보건의료 분야 등에서 경제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박 대통령은 3일에는 체코 슬로바키아 폴란드 헝가리 등 4개국과 처음으로 ‘제1차 한·비세그라드그룹 정상회의’를 연다. 비세그라드그룹은 4개국 정상이 경제, 외교, 안보 등에서 협력하기 위해 1991년 헝가리 비세그라드에서 출범한 협의체를 말한다. 박 대통령이 3박4일간 체코에 머물며 중유럽 외교에 공을 들이는 것은 한국의 생산기지이면서도 새로운 수출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는 비세그라드 지역으로 경제 영토를 확장하기 위해서다.
◆한·체코 원전협력 양해각서 체결
박 대통령은 체코와의 정상회담에서 경제협력을 확대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 18건을 체결했다. 원전(2건), 과학기술(8건), 정보통신기술(ICT·2건), 문화(2건), 보건의료(2건), 기계산 ?2건) 등 고부가가치 산업분야에서다. 특히 양국은 ‘한·체코 원전협력 MOU’를 통해 체코의 신규 원전 건설과 운영·유지보수, 기술교류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또 한국 기업이 유럽연합(EU) 내 원전사업 입찰 참여 시 필수 요건인 유럽사업자요건(EUR) 인증을 위한 자문계약을 맺었다. 이와 함께 한·체코 원전협력공동위원회를 열어 체코 신규 원전 건설과 3국 공동진출, 유럽형 한국원전 공동연구 등을 논의하기로 했다.
2019 년께 원전 2기를 발주할 것으로 예상되는 체코의 시장 규모는 10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안종범 경제수석은 “우리가 10조원 이상의 신규 원전시장 진출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미국 일본 프랑스 등이 각축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박 대통령의 체코 방문을 계기로 향후 수주전에서 우리가 유리한 위치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비세그라드에 한국 투자 잇따라
체코의 올 3분기 경제성장률은 4.5%를 기록했다. EU 성장률 1.8%(예상치)의 2.5배다. 원동력은 외국인 투자다. 독일, 일본에 이어 체코의 3대 투자국인 한국의 기업도 투자를 늘리고 있다. 넥센타이어와 현대모비스는 작년부터 각각 11억달러와 1억달러 규모의 공장 건설에 나서고 있다. 영국의 고급차 브랜드 재규어랜드로버(인도 타타그룹 소유)가 최근 유럽대륙의 첫 생산기지로 슬로바키아를 선택해 17억유로를 투자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비세그라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비세그라드가 유럽 자동차 생산 허브로 부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대자동차의 체코 공장, 기아자 온汰?슬로바키아 공장을 비롯해 피아트, 푸조시트로엥, 폭스바겐, 아우디, 포르쉐 등 유럽 자동차업체들이 서유럽에서 중유럽으로 생산기지를 옮기고 있다.
◆3박자 갖춘 생산기지
비세그라드그룹의 강점은 우수한 노동시장, 각종 세금감면 및 금융지원 등 정부의 친(親)기업 정책, 인프라 개선 등 3박자를 갖췄다는 것이다. 체코 임금은 독일의 4분의 1 수준이다. 이공계 전공 대학생 비율이 25%에 이른다.
시 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말 체코 슬로바키아 폴란드 등의 정상을 중국으로 초청해 중국 서부와 유럽을 연결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공동건설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안 수석은 “비세그라드그룹은 자동차·전자 등 한국 기업이 유럽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전진기지이면서도 대표적인 수출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프라하=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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