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이대로 두기도 올리기도…한국은행, 깊어가는 고민

입력 2015-12-03 07:01  

저금리시대 막 내리나

미국, 금리인상 확실
국내 경기회복 속도는 더뎌

부작용 최소화한 '인상 적기' 선택
이주열 총재 임기 내 최대과제로



[ 황정수 기자 ] 최근 2~3년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결정 선택지는 사실상 ‘동결’과 ‘인하’, 두 개였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제로금리’ 정책과 주요국 중앙은행 간 기준금리 인하 경쟁, 저성장 기조 때문에 ‘인상’은 꺼내들 수 없는 카드였다.

하지만 Fed가 12월부터 금리를 점진적으로 올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선택지는 다시 세 개로 늘어날 전망이다. 정순원 금통위원은 지난달 26일 한은에서 열린 오찬간담회에서 “그간 ‘더 내릴 수 있나’와 ‘그냥 머물러야 하나’ 하는 고민에서 ‘언제쯤 올리지’ 하는 고민이 하나 더 늘 수도 있겠다”고 말했다.

하반기 들어 이주열 한은 총재는 ‘Fed가 금리를 올린다면 한국 기준금리도 따라가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이 총재는 ‘미국이 금리를 올린다고 한은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올려 따라갈 필요가 없다’는 논지의 답변을 여러 번 했다.

이 총재의 의중은 “경제회복을 뒷받침하는 완화적인 수준”이라고 평가한 현재의 기준금리(연 1.5%)를 ‘국내 경기회복세가 견고해질 때까지’는 유지하겠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상황만 놓고 보면 ‘기준금리 인상’을 논할 시기가 아니라는 의견이 많다. 우리 경제의 성장엔진인 수출은 올 들어 매달 감소세를 이어가 10월에는 전년 동기 대비 15.8%가 줄었다.

한 금통위원은 지난달 금통위에서 “수출 및 재정지출 여건 등을 감안할 때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에는 하방위험이 더 큰 것으로 평가된다”며 “세계교역 신장률의 예상치 하회 등으로 내년 수출이 한은 전망치(2.8%)를 밑돌 가능성이 있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내수도 안심할 만한 상황이 아니다. 또 다른 금통위원은 “내수 성장흐름은 2분기 충격에 따른 기저효과와 개별소비세 인하 등 일시적 부양조치에도 일부 기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일부 금통위원은 “기준금리를 더 내릴 수도 있다”는 의견을 갖고 있다.

하지만 기준금리를 더 내리는 건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저금리 기조의 부작용 때문이다. 지난 3분기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166조원으로 1년 전보다 10.4% 불었다.

만약 앞으로 기준금리가 오르고 주택시장이 침체되면 변동금리로 빚을 내 집을 산 대출자들의 상환 리스크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저금리 때문에 번 돈으로 이자도 못 갚는 ‘좀비기업’들도 대출로 연명하고 있다. 한 금통위원은 “그간 실적이 나쁜데도 연명해왔던 기업들에 대한 관리가 본격적으로 추진돼야 한다?것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한은의 공식 입장대로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유지하며 경기회복을 기다리기엔 대외환경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Fed가 금리를 올리는데 한국이 기준금리를 유지하면 외국인의 국내 증시 이탈이 예상된다. 대내외 금리 차 축소 때문이다. 외국인 자본 유출은 채권가격과 주가 하락을 자극할 수 있는 불안요인으로 지적된다.

지난달 금통위 의사록엔 “지난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 이후 신흥국에서 유출된 자본 규모가 미 Fed의 테이퍼탠트럼(긴축발작) 때의 70~80%에 달했다는 점과 미국 금리 인상 시 신흥국에서의 자금 유출세가 더욱 강화될 수 있는 점 등을 감안할 때 다양한 정책수단을 강구해야 한다”는 발언이 소개됐다.

전문가들은 한은이 Fed를 바로 따라갈 필요까지는 없지만 머지않아 ‘선택의 순간’이 올 것이란 데 동의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상 적기를 결정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과정이 이주열 총재 임기 4년에 대한 평가를 좌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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