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저금리와 미국 금리 인상의 복잡한 함수관계

입력 2015-12-03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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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시대 막 내리나

기고 / 배현기 하나금융연구소 소장

미국이 금리 인상 나서도 국내외 금리 동반상승 없을 듯

출구전략 따른 '실험'과정서 유동성 둘러싼 혼선 빚어져
금리·자금 흐름 요동칠 수도

사실상 지금의 저금리는 새로운 '안정적 균형'보다는
과도기 '불안정 균형'에 불과
후유증 우려도 그치지 않아




한국에서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기대에 못 미치는 경기 흐름, 바닥으로만 기는 물가, 연기금과 보험회사의 채권 수요 확대 등이 직접적인 논거다. 아울러 인구 고령화나 국내 투자 기회 위축 등에 따른 경제 활력 부진은 지금의 저금리마저 낮다고 믿기 힘들게 한다.

그런데 국제적으로는 장기간의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기 어렵다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적으로 금리 인하를 견인했던 미국 중앙은행(Fed)이 이제 금리 인상을 모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12월이 유력한 Fed의 금리 인상은 금리 정상화 혹은 통화정책 정상화라는 장구한 도정의 첫발로 여겨지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국내에서도 이제 추세적인 금리 상승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글로벌 트렌드와 동떨어져 인위적인 저금리 기조에 치중하다가는 외국인 자금의 대규모 유출, 환율 폭등과 같은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다. 하지만 미국의 금리 인상만으로 세계적으로나 국내에서도 저금리 기조가 끝났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 논거는 크게 세 가지다.

먼저 미국의 금리 인상은 과거의 여느 긴축기와는 차원이 다르다. 본래 Fed는 단기적인 수요 관리 차원에서 금리를 조절하며, 경기나 물가가 과열되면 금리를 올린다. 그러나 지금 미국을 경기 과열이나 인플레이션으로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위기 극복 과정에서 불가피했던 비전통적 통화정책의 정상화라는 차원이 강하다. 따라서 과거처럼 일방적이고 공세적인 금리 인상 여지는 제한적이다. 지금도 미국 내에서 항구적인 저금리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끊이지 않는다.

둘째 미국의 금리 인상과 달리 유럽중앙은행이나 일본은행은 추가 통화부양책을 모색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의 금리 인상 혹은 출구전략에 따른 글로벌 차원의 유동성 경색 부담은 어느 정도 상쇄될 수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고스란히 세계 금리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처럼 국제적으로 엇갈리는 통화정책 행보는 한국은행에도 정책 운신의 여지를 넓혀주는 효과를 낳는다.

셋째 국내 경기 여건이나 대내 취약성도 국내 금리 상승을 뒷받침하지 않는다. 정부는 내년 3%대 성장을 낙관하지만 국내외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여전히 눈높이가 높다는 지적이 많다. 가계와 기업 부문의 취약성도 국내 금리 행보에 걸림돌이다. 물론 가계부채 급증이나 한계기업 누증과 같은 문제는 인위적인 저금리에도 기인한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금리 정상화의 필요성이 존재한다. 하지만 추세적인 금리 상승을 한국 경제가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인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미국이 금리 인상에 나서더라도 당장에 세계 금리나 국내 금리가 함께 상승할 여지는 크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여기에도 몇 가지 단서가 붙는다.

무엇보다 미국의 출구전략에 내포된 ‘실험적 성격’에 유의해야 한다. 제로금리와 양적 완화가 사상 초유의 실험이었던 만큼 이를 정리해 나가는 과정 역시 다양한 고민과 결단이 어우러진 실험적 성격이 클 수밖에 없다. 따라서 그 과정에서 시중 유동성이나 시장금리 향방을 둘러싸고 혼선이 빚어질 공산이 크다. 다시 말해 국제적으로 금리 변동성이나 자금 흐름의 변동성이 커질 소지는 다분한 상황이다. 가뜩이나 세계 주요국의 엇갈리는 통화정책 행보는 그 부담을 더욱 키울 수 있다.

그리고 지금의 저금리는 사실상 새로운 ‘안정적 균형’이라기보다는 과도기의 ‘불안정 균형’에 불과하다. 세계적으로 이른바 ‘장기 정체(secular stagnation)’론이 확산되면서 균형금리(경제 수준에 부합하는 적정 금리) 하락에 대한 논의가 구구하지만, 동시에 과도한 저금리 후유증에 대한 우려도 그치지 않는다. 2016년에도 이런 논란은 국내 통화정책 운용이나 시장금리의 행보를 예측하기 어렵게 할 가능성이 있다. 즉 저금리는 아직도 해답이라기보다는 질문에 가깝다.

배仄?< 하나금융연구소 소장 carpedm@hanaf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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