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부진할 땐 대표株에 투자?'…형님 이긴 아우들

입력 2015-12-03 14:10  

[ 노정동 기자 ]
13개 업종 중 7개 업종 2등주 성적 더 양호…철강·자동차
1등주, 오를 땐 더 오르고 떨어질 땐 덜 떨어져…화학·화장품


'증시가 부진할 땐 1등주(株)에 투자하는 것이 안전하다?'

올 한 해도 코스피지수가 박스권을 크게 벗어나지 못한 가운데 업종 내 2등주들이 더 나은 주가 성적표를 내놓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지부진한 장세 속에선 업종 대표주에 투자하는 것이 더 낫다는 증시 격언과 대조된 모습이다.

◆ 13개 업종 중 7개 업종 2등주 성적 더 양호…철강·자동차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기전자·자동차·철강·금융·화학·건설·조선 등 13개 업종의 연초 대비 지난달 마지막 거래일까지 주가등락률을 비교한 결과 7개 업종에서 2등주 주가 상승률이 더 나은 것으로 조사됐다.

형님보다 아우가 더 돋보인 대표적인 업종은 철강이다. 고려아연 주가가 이 기간 12.76% 오른 것과 비교해 포스코는 38.66%나 떨어졌다.

포스코는 2009년부터 초래된 세계적?철강수요 감소와 함께 업황이 얼어붙기 시작했다. 여기에 지난 2월 포스코플랜텍 등 계열사들의 부실이 수면 위로 드러난 데다 포스코건설에 대한 검찰 수사까지 본격화되면서 투자심리가 급격하게 위축됐다.

지난 3분기에는 원화 가치 약세에 따른 외화 환산 손실과 원료가 하락으로 인한 보유 광산 가치 평가절하 등으로 6580억원 가량의 당기순손실까지 낸 탓에 주가가 바닥을 모르고 떨어졌다.

반면 고려아연은 철강과 비철금속 수요 부진 속에서도 가격 방어에 성공하며 연간 실적을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했다.

자동차 업종도 2등주가 선전한 사례다. 대표주인 현대차는 연초 대비 지난달 말까지 주가가 12.72%나 하락한 반면 기아차는 0.38% 상승했다.

현대차는 올 3분기까지 실적 우려에 시달리며 주가가 12만원대까지 떨어졌다. 특히 중국 시장에서의 부진이 투자자들에게 실망감을 줬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현대차는 사상 첫 중간배당도 실시했다.

또 4분기에 들어서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TP) 타결에 수출 경합도가 높은 일본 완성차 업체들이 수혜를 입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다시 한번 주가 반등세가 꺾였다.

반면 자동차 업종의 유일한 주가 상승 재료였던 원·달러 환율 수혜는 고스란히 기아차에 돌아갔다는 평가다. 기아차가 현대차보다 환율 변동으로 인한 실적 민감도가 더 크기 때문이다.

이밖에 식음료 업종에선 CJ제일제당이 17.62% 올라 대표주 오리온(12.41%)보다 더 나은 모습을 나타냈다. 운송과 통신에서도 CJ대한통운과 KT가 각각 1.79%와 4.16% 떨어지며 현대글로비스(-34.48%)와 SK텔레콤(-12.69%)보다 선방했다.

◆ 1등주, 오를 땐 더 오르고 떨어질 땐 덜 떨어져…화학·화장품

다만 업황이 호황을 누리거나 부진했을 경우엔 아우보단 형님이 나은 모습이었다.

화학 업종의 대표주인 LG화학은 연초 대비 지난달 말까지 주가가 75.69% 뛰었다. 코스피 이익 모멘텀(상승동력) 부재 속에서 올 한해 꾸준하게 실적주로 꼽히면서 주가가 크게 올랐다.

특히 올 하반기 증시 최대 테마 중 하나였던 전기차 수혜주의 대표적인 종목으로 지목되면서 3분기 주춤했던 주가가 다시 한번 반등세를 탔다.

롯데케미칼도 같은 기간 주가가 50.31%나 뛰었다. 올 한 해 국제유가 하락, 롯데그룹 형제 간 경영권 다툼, 삼성그룹 화학사업 부문 인수 등이 투자심리를 해쳤지만 실적으로 모든 이슈를 잠재웠다.

화장품 업종도 호황을 누렸다. 업종 1등주인 아모레퍼시픽은 연초 대비 주가가 81.76%(액면분할에 따른 환산 주가)나 급등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4월 주가가 400만원까지 치솟자 가격 문턱을 낮추기 위해 액면 분할에 나서기도 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5월부터 찾아온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MERS) 여파에 실적 우려가 번지면서 올 3분기 주가가 지지부진했지만 양호한 성적으로 극복하면서 주가 반등했다.

화장품 업종 2등주인 LG생활건강도 같은 기간 주가가 61.80% 오르면서 선전했다. 고평가 논란에도 불구하고 연간 고른 실적 안정성을 나타내면서 투자자들의 선택을 받았다.

반면 올 가장 부진한 업종으로 꼽히고 있는 조선은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각각 20%대와 40%대 주가 하락률을 나타냈다. 대우조선해양을 포함한 국내 '빅3' 조선사의 올 한 해 영업적자만 7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업황 부진에 주가도 바닥을 면치 못했다.

이밖에 반도체와 건설 업종도 업황 부진에 1, 2등주 주가가 모두 하락했다. SK하이닉스는 이 기간 주가가 33.82% 떨어졌지만 삼성전자는 3.24% 하락으로 그나마 선방했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도 각각 7.59%와 24.11% 주가 하락률을 나타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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