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라이즌·소프트뱅크…사모펀드·언론사도 눈독
벼랑 끝 몰린 메이어 CEO
실적회복 역부족으로 교체설…주가 올해만 30% 하락
[ 박종서 기자 ] 세계 최대 포털사이트로 이름을 날렸던 야후가 계속되는 실적 부진을 견디지 못하고 핵심사업인 인터넷부문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야후 이사회가 지난 2일부터 사흘간의 마라톤 회의를 시작했다”며 “경영진은 인터넷사업부문 처분이나 320억달러(약 37조2600억원) 상당의 중국 온라인상거래업체 알리바바 지분(15%) 매각 등의 생존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3일 보도했다.
◆반등 기색이 없는 경영상황
야후가 회사의 근간인 검색, 메일, 광고 등 인터넷사업 매각을 검토하고 있는 배경은 구글과 페이스북 등에 밀려 경영상황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기 때문이다.
야후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흑자를 유지했지만 올해 1분기 8700만달러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분기(4500만달러)와 3분기(8600만달러)에도 연속 영업손실을 냈다. 1년 전 50.28달러였던 주가는 2일 35.65달러까지 떨어졌다. 인터넷사업 매각 소식이 전해지기 전날인 1일에는 33.71달러였다.
미국 시장조사회사인 컴스코어에 따르면 야후의 지난 10월 순방문자 수는 2억여명으로 구글과 페이스북에 이어 3위에 그쳤으며, 미국 5대 인터넷 사이트 가운데 유일하게 전년 동기 대비 순방문자 수가 감소(-3%)했다. 미국 내 검색엔진 비중도 1년 새 20% 가까이 줄어든 10.4%로 집계돼 마이크로소프트의 빙(bing)에도 밀려 3위로 처졌다. “야후를 위해서도 인터넷사업을 새로운 사업자에게 넘기는 것이 좋다”는 분석(WSJ)까지 나올 정도다.
머리사 메이어 야후 최고경영자(CEO·40·사진)는 11억달러를 투자해 초소형 블로그 서비스인 텀블러를 인수하고 1억달러를 들여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인 야후스크린 등을 선보였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돈 에어리 유럽 책임자, 캐시 새빗 등 마케팅·미디어 담당 이사 등 야후 고위임원들은 줄줄이 회사를 떠났다. 지난해 4210만달러(약 490억원)의 연봉을 받은 메이어 CEO 경질설도 파다하다.
◆알리바바 지분관리회사로 추락
야후는 인터넷사업 매각을 검토하기 전에 320억달러 가치의 알리바바 지분 15%를 먼저 팔 계획이었다. 하지만 수십억달러에 이르는 세금이 발목을 잡았다. 야후는 자회사를 세워 알리바바 지분을 넘긴 뒤 처분하려 했지만 미 국세청(IRS)이 편법이라며 허용하지 않았다. ‘세금 폭탄’ 우려에 야후의 주주인 행동주의 투자회사 스타보드밸류도 알리바바 지분 분사 대신 핵심사업 인수자를 찾으라고 요구했다. 야후 이사회가 생존책으로 알리바바 지분 매각보다 인터넷사업 처분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는 缺??
인터넷사업을 팔면 야후는 정보기술(IT)회사에서 알리바바와 야후재팬 등의 지분관리회사로 성격이 바뀐다. 야후재팬 주식(지분율 35%)의 가치는 85억달러에 이른다. 업계는 야후의 위상이 이미 지분관리회사와 다름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야후의 시가총액이 310억달러에 불과해 알리바바 지분평가금액과 별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야후가 인터넷사업에서 손을 떼려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벌써부터 인수희망자들이 거론되기 시작했다. 통신회사 버라이즌을 비롯해 인터넷그룹 인터랙티브, WSJ를 보유한 뉴스코프, 사모펀드인 TPG캐피털 등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야후재팬의 대주주이자 미국 통신회사 스프린트를 소유한 일본 소프트뱅크도 유력한 인수후보로 꼽혔다. 야후 인터넷사업부문의 가치는 20억~80억달러로 추정됐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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