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떼쓰는 자들에 밀렸다" vs "로스쿨 한계"…4년 더 늘어난 사시 논란

입력 2015-12-03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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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시 폐지 유예'로 입장 바꾼 법무부

법무부 "국민 85% 사시 원해"
변호사시험법 고쳐야 사시 유지…서울대·이대 로스쿨생 자퇴 결의



[ 양병훈 기자 ] 법무부가 3일 “사법시험 폐지를 4년 유예해야 한다”며 제시한 가장 큰 이유는 국민 여론이다. 법무부는 지난 9월 전문 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일반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신뢰도 95%, 표본오차 ±3%포인트)를 했다. 조사 결과 “사시 폐지는 시기상조이므로 좀 더 실시해본 뒤 계속 존치 여부를 논의하자”는 의견이 85.4%였다.

법무부는 “국민의 80% 이상이 사시 존치를 주장하는 등 사회적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며 “로스쿨이 정착 과정에 있고 개선 필요성도 있으므로 그 경과를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로스쿨 주무부처인 교육부는 지난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공청회에서 “예정대로 2017년에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으나 이날 한발 물러섰다. 교육부는 “언제까지 사법시험과 로스쿨 제도가 늑맨?순 없으므로 이번에 존치를 연기한 기한(2021년)이 지나면 사법시험을 폐지해야 한다”며 “법무부 등과 협력해 로스쿨이 국민의 신뢰를 받는 기관으로 거듭나도록 제도 개선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정책이 오락가락 하면서 사회적 혼란이 한층 심해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사시를 통해 소수 엘리트 법조인만 양성하던 시스템에서 로스쿨을 통해 다양한 경력을 가진 법조인을 사회에 공급하겠다”는 취지로 2008년 국회에 관련 법안을 제출했고 국회는 2011년 이를 의결했다. 그러나 폐지 시기가 가까워오자 사시 출신 법조인을 중심으로 존치 주장이 잇따랐고 결국 정부가 한발 물러선 것이다. 전 법무부 장관인 A씨는 “제대로 시행해보기도 전에 예정된 내용을 뒤집어버려서는 안 된다”며 “로스쿨 체제에 문제가 있으면 시행하며 보완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정부의 입장에 환영의 뜻을 표한다”면서도 “사시 존치에 더욱 근본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달라”고 주문했다. 반면 로스쿨협의회는 “정부가 떼쓰는 자들에게 밀려 미봉책을 내놓았다”며 “사법시험 존치를 골자로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통과되지 않도록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철희 법학전문대학원학생협의회장은 “25개 로스쿨 재학생의 총의를 반영하는 ‘총 자퇴 운동’을 전개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대 이화여대 등 법학전문대학원 학생회는 전원 자퇴와 학사일정 거부를 결의했다.

대법원은 “현 시점에서 법무부 입장에 대해 평가할 수 없다”고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면서도 “법무부가 단시간 내에 일방적으로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 심층적인 연구와 의견수렴을 거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신중한 검토를 거쳐서 적절한 기회에 이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라고 전했다.

사시 폐지를 유예하려면 변호사시험법을 고쳐야 한다. 공은 국회 법사위로 넘어갔다. 법사위 여당 간사인 이한성 새누리당 의원은 “현 로스쿨 제도는 기술적으로 공소장을 쓰고 판례를 공부하고 실무만 익히는 수준”이라며 “로스쿨을 몇 년 만에 없애기도 어려운 만큼 사시를 유지하는 문제를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야당 간사인 전해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법무부의 유예안에 대해 “하나의 의견일 뿐으로 잘 검토하겠다”며 신중한 입장을 내놨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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