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진부함에서 꽃피는 창의성…고정관념도 알아야 깬다

입력 2015-12-03 18:11  

한경·교보문고 선정 대학생 권장도서

재능과 창의성이라는 유령을 찾아서
강창래 지음 / 알마 / 248쪽 / 1만3800원



[ 고재연 기자 ] 요즘 자기소개서에 늘 빠지지 않는 항목이 있다. ‘창의성을 발휘해 성과를 낸 에피소드를 기술하라’다. 지나간 경험을 뒤적이다가 ‘내가 이 정도로 창의성이 없는 사람인가’라며 좌절한 경험이 누구나 한번쯤 있을 법하다. 최근 들어 사람들의 입에 가장 많이 오르내리고, 갖춰야 할 덕목으로 강조되는 단어 중 하나가 창의성이다. 이제는 공허한 수사처럼 들리는 창의성은 무엇이고, 후천적으로 키울 수 있는 것일까.

작가이자 대학 강사인 강창래는《재능과 창의성이라는 유령을 찾아서》에서 이에 대한 답을 제시한다. 전작 《인문학으로 광고하다》에서 ‘광고=상업성’이라는 편견을 뒤집고 광고에서 인문학적 가치를 끌어낸 그는 이 책에서도 재능과 창의성에 대한 통념을 전복시키려는 시도를 한다.

흔히 창의성이란 소수의 천재만이 가진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저자는 “아무리 뛰어난 작품이라도 그 시대의 사람들이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면 창의적인 작품이 될 수 없다”고 말한다.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 ‘구두 한 벌’을 보자. 고흐와 동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은 그림 속 낡은 구두에서 큰 의미를 발견하지 못했다. 세월이 흘러 작품은 ‘의미를 만들어내는 힘’, 즉 창의성을 인정받았다. 철학자 하이데거는 이렇게 표현한다. “닳아 삐져나온 신발 도구의 안쪽 어두운 틈새로부터 노동을 하는 발걸음의 힘겨움이 굳어 있다.” 창의성은 결국 개인적인 가치가 아니라 사회적인 것이다.

창의성은 진부함과 대척점에 선 단어일까. 저자는 역설적으로 “진부함의 토대 위에서 창의성의 꽃이 핀다”고 말한다. 고정관념이 어떤 것인지 알아야 그것을 전복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피카소의 어린 시절 그림을 보면 그는 옛날 거장들이 사용했던 구도와 색채, 기법을 충실히 습득했다. 미술언어를 충분히 배우고 나서 피카소는 사회적인 세뇌와 자기검열을 거부하고, 어린아이의 눈으로 본 진실을 표현하기 위해 애썼다. 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위해 ‘거인의 어깨 위에’ 선 것이다.

저자는 창의성을 키우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도 제시한다. 먼저 ‘낙서하기’다. 아이작 뉴턴이 남긴 엄청난 양의 낙서를 보면 그가 얼마나 비이성적이고 비논리적인 신비주의자였는지 알 수 있다. 자신의 창의성을 깨우기 위해 생각나는 것을 그대로 적은 결과다. 인문학에서 건져 올리는 창의성도 빠뜨릴 수 없다. 저자는 인문학을 ‘눈에 보이지 않는 기반 시설’이라고 표현한다.

조향미 교보문고 강남점 북마스터는 “재능과 창의성에 대한 상식을 뒤집는 관점을 제시한 책”이라며 “책을 읽으며 자신도 모르게 몰입?수 있는 일과 재능이 무엇인지를 고민해 보고 미래 진로를 설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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