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근현대사 공부] 우리나라 근대는 언제부터인가요?…부정부패로 조선이 망하면서 시작

입력 2015-12-04 19:17  

펭귄쌤이 전해주는 대한민국 이야기 (1)



우리 역사에서 근대(近代)는 언제부터 시작됐을까요. 이에 대한 확실한 답은 없습니다. 두부를 자르듯 딱 떨어지게 시대를 구분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근대’는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와 ‘가까운 시대’입니다. 근대 사회는 그 이전의 사회와 어떤 점이 달라진 것일까요. 근대의 가장 큰 특징으로는 정치적으로 민주주의가, 경제적으로 자본주의체제가 도입됐다는 점을 꼽을 수 있습니다.

우리 역사에서 근대는 1876년(고종13)부터 시작됐다고 보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해 조선은 일본과 강화도조약을 맺었습니다. 이 조약은 일본의 힘에 떠밀려서 맺은 불평등 조약입니다. 하지만 이 조약으로 조선의 항구가 열리고 서양의 문물이 물밀 듯 들어오면서 조선의 근대화가 시작됐다고 보는 것입니다. 신분 제도와 노비 제도가 폐지된 갑오개혁(1894)을 근대의 시작으로 보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 외에도 근대의 시작에 대한 다양한 학설이 있지요.

아무튼 우리 역사에서의 근대는 조선 말기부터 시작됐습니다. 조선이 망하고 일본 제국주의가 한반도를 강제로 점령한 시기?근대로, 해방 이후부터 오늘날까지를 현대로 구분하는 것이지요. 그러니 앞으로 필자가 쓸 ‘펭귄쌤이 들려주는 근현대사’는 안타깝게도 조선이 기울어가는 이야기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습니다.

조선이 망하는 길로 접어든 것은 1800년대 초부터입니다. 강력한 왕권으로 나라의 질서를 세우고 학문과 국방, 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발전을 이뤄냈던 제22대 임금 정조가 세상을 떠난 뒤부터였지요. 정조는 후계자를 제대로 길러내지 못하고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습니다. 순조가 제23대 임금에 올랐을 때 그의 나이는 겨우 열두 살이었습니다. 영조의 왕비 정순왕후가 어린 순조를 대신해서 정치를 했는데 정순왕후는 정조와 원수지간이었습니다. 정순왕후는 정조가 애써 이룩한 정치 질서를 부정하고 정조의 개혁 방향과 반대로 가는 정치를 했습니다. 그래서 정조와 그 이전의 임금들이 이뤄놓은 찬란한 부흥의 역사는 하루아침에 허물어지고 말았습니다.


이 일 말고도 순조 이후 조선에는 수많은 불행이 닥쳤습니다. 임금들은 수명이 짧았고 자손도 번성하지 못했습니다. 순조와 헌종, 철종 모두 아들을 앞세우거나 아예 아들을 낳지 못했습니다. 조선 초기 임금들이 아들을 많이 낳았던 것(태조 8남, 정종 17남, 태종 12남, 세종 18남)에 비하면 왕실의 기운 자체가 약해졌다는 느낌이 확연합니다.

게다가 조선 말기에는 천재지변도 잦았지요. 제24대 임금 헌종이 재위한 15년 동안에는 9년에 걸쳐 수해가 일어났습니다. 농업이 산업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당시에는 흉년이 들면 백성들은 엄청?고통을 당했습니다. 당장 먹고 살기가 어려워지니까요. 물론 천재지변이 잦다고 해서 모든 나라가 다 망하는 것은 아닙니다. 문제는 천재지변에 대처하는 정치가와 관리들의 태도입니다. 백성이 고통받든 말든 자신의 배만 부르면 된다는 탐관오리가 많으면 그 나라는 망국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습니다.

어린 임금들이 즉위하면서 대비의 수렴청정이 계속됐고 이는 세도정치의 빌미를 제공했습니다. 세도정치는 특정한 한 집안이 정권을 독차지하는 것을 말합니다. 여러 당파로 나뉘어 계속 싸우는 것도 문제지만 경쟁자가 없는 사회에서도 문제가 발생합니다. 멋대로 권력을 휘둘러도 말리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지요.

안동 김씨의 세도정치가 행해지는 동안 정치는 극도로 문란해졌습니다. 관리들은 부정부패를 일삼았고 관직을 사고파는 일도 흔하게 일어났습니다. 큰돈을 주고 관직을 산 사람은 본전을 뽑기 위해 백성들에게 가혹하게 세금을 거둬들였습니다. 백성의 삶은 말할 수 없이 피폐해졌고 그들의 마음속에는 나라에 대한 불만과 불신이 가득 찼습니다. 이런 상황들로 인해 조선은 급속히 몰락의 길을 걷게 됐습니다.

60여년 동안 지속되던 안동 김씨의 세도정치를 끝내는 데 큰 힘을 발휘한 사람은 헌종의 어머니 신정왕후와 흥선군 이하응이었습니다. 당시 안동 김씨는 자신들의 일에 방해가 되는 사람은 모두 제거해버렸습니다. 왕실 종친도 예외는 아니었지요. 왕족인 이하응은 안동 김씨들을 방심하게 해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안동 김씨가 가랑이 사이로 기어가라면 기어가는 시늉도 했고 개 짖는 시늉도 해서 ‘상갓집 개 궁도령’이라는 별명까지 얻었습니다.

풍양 조씨인 신정왕후는 안동 김씨 몰래 흥선군과 손을 잡고 흥선군의 아들 이명복(李命福)을 양자로 삼았습니다. 명복은 신정왕후의 아들로서 임금 자리에 올랐습니다. 그가 제26대 임금 고종입니다. 고종을 빼놓고는 조선의 망국을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조선이 본격적으로 망국의 길을 걷게 한 수많은 사건이 거의 고종 때 일어났기 때문입니다.

■‘펭귄쌤’ 황인희는

이화여대 사범대 사회생활학과를 졸업하고, 중앙대 예술대학원 문예창작전문과정을 수료했다. 계몽사 홍보실장과 월간 ‘샘터’ 편집장을 지냈다. 역사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며 두루마리역사교육연구소 대표로 재직하고 있다. 저서로 ‘역사가 보이는 조선 왕릉 기행’(21북스) ‘고시조, 우리 역사의 돋보기’(기파랑) ‘잘! 생겼다 대한민국’(기파랑) ‘궁궐, 그날의 역사’(기파랑), ‘쉽게 풀어 쓴 선진 통일 이야기’(글마당)가 있다. 펭귄쌤은 닉네임이다.


글 황인희 / 사진 윤상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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