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2060년 장기재정 전망' 첫 발표
가만히 둬도 60% 넘어
10조규모 의무지출 생기고 4대 구조개혁 실패
기초연금 인상 겹치면 국가채무 158%로 치솟아
"국회, 페이고법안 통과를"…정부, 정치권에 우회 경고
[ 김주완 기자 ]
경제 구조개혁이 부진하고 복지 의무지출은 증가하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2060년에는 150%를 넘어설 것이라는 정부의 공식 전망이 나왔다. 정부 재정 지출과 복지 수준이 현 추세대로 지속되면 같은 시기 국가채무 비율은 60%대로 올라갈 것으로 추산됐다. 노동, 금융, 공공, 교육 등 4대 구조개혁의 발목을 잡고 복지를 앞다퉈 늘리려는 정치권을 향한 정부의 우회적인 경고라는 분석이 나온다.
45년 장기 전망치 처음 추계
정부는 4일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재정전략협의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2060년 장기재정 전망’을 발표했다. 그동안 정부가 5년 단위로 중기재정 전망치를 내놓기는 했지만 수십년 뒤를 내다보는 장기재정 전망을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재부를 중심으로 통계청, 한국개발연구원(KDI),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사회보장위원회 등이 참여한 장기재정전망협의회에서 분석했다.
재정전망협의회는 실제 나타날 수 있는 여러 상황을 가정하고 장기재정을 예측했다. 우선 지금의 경제 여건이 지속되면(시나리오 1)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2016년 42.3%에서 2060년 62.4%로 올라갈 것으로 내다봤다. 통계청의 인구 추계와 KDI의 성장률 전망(2016~2060년 연평균 1.9% 성장) 등을 적용하고 정부의 재량지출(교부금 등 의무지출을 제외한 것)이 매년 경상성장률만큼 증가하는 경우다.
포퓰리즘으로 재정 악화
하지만 복지 수준이 지금보다 높아지거나 저상장에 빠지면 재정 건전성은 더욱 나빠질 것으로 분석했다. 예컨대 다음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새로운 복지사업을 도입해 2020년 10조원 규모의 신규 의무지출이 발생하면(시나리오 2) 2060년 국가채무 비율은 88.8%까지 급증한다. 기존 복지사업의 수준이 높아져도 문제다. 기초연금 지급액을 국민연금 가입자 평균 소득과 연계하면(시나리오 3) 국가채무 비율이 99.2%까지 치솟는다. 최재영 기재부 재정기획국장은 “지금은 기초연금 지급액이 물가상승률과 연동돼 있다”며 “5년마다 산정 방법을 재검토하는데 지급 수준을 더 높이는 방향으로 논의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경제 활력이 떨어져도 국가채무가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경제 구조개혁 부진, 성장 잠재력 확충 저조 등으로 경제성장률이 떨어지는 경우다. 예컨대 시나리오 1에 적용한 경제성장률 전망치보다 0.3%포인트 떨어지면(시나리오 4) 국가채무 비율은 2060년에 94.6%로 급격히 올라간다. 최악의 상황인 세 가지 시나리오(2, 3, 4)가 한꺼번에 발생하면 국가채무 비율은 157.9%로 급격히 치솟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2016년 기준)인 115.4%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페이고 제도 도입 필요
정부는 재정 건전성을 지키기 위해 경제성장률을 올리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또 지속 가능한 성장의 저해 요인인 저출산·고령화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기재부는 유사 중복사업 정비, 예산 낭비 제거 등 지속적인 세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예컨대 매년 증가하는 정부의 재정 지출을 해마다 10% 줄이면 국가채무 비율은 2060년 38.1%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실현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재량지출 증가율을 물가상승률 수준(연평균 2.2%)으로 묶어두면 2040년대 초반에 국가채무는 아예 없어질 것으로 분석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회 입법에도 재원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신규 의무지출 도입을 금지하는 ‘페이고(pay-go) 제도’를 하루빨리 법제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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