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맥] 기업가 정신 고양, 지역혁신기관 통폐합부터 시작해야

입력 2015-12-06 17:50  

정주영식 기업가 정신 확산의 조건

꺼져가는 한국 기업가 정신…2000년대 초 절반 수준
혁신주도형 선진국 평균에 못 미처…성장잠재력 추락
창조경제혁신센터 강화…600여 관련기관 구조조정을

"물적 확대와 효율성 제고 중심의 성장 패러다임이 한계를 보이는
현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성장 동인은 기업가 정신의 제고다"

김학수 <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기업가 정신을 함양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세계 155개국에서 ‘세계 기업가 정신 주간(Global Entrepreneurship Week)’ 기념 포럼과 행사가 지난달 중순 펼쳐졌다. 이 행사의 목적은 기업가 정신의 의미와 중요성을 대중에게 확산하는 데 있다.

이런 행사가 한국 사회에 내재된 잠재적 기업가 정신을 일깨우거나 가라앉은 기업가 정신을 고양하는 데는 충분치 않을 것이다. 그러나 기존 성장 패러다임 속에서 경제 규모가 일정 수준에 도달하기는 했지만 최근 들어 저성장의 수렁에 빠져 허덕이는 한국 경제에는 매우 중요하고도 큰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현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창조경제’는 모든 국민이 일상생활 속에서 지속적으로 혁신을 지향하며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사업화하고 이에 따라 공정한 보상을 받음으로써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경제사회를 의미한다. 새롭게 만들어진 개념은 아니고 기존 개념이 진화한 형태다. UN은 ‘창조경제보고서(Creative Economy Report)’를 2008년에 발간했는데 당시 창조경제는 문화예술 분야의 독창성을 지역경제를 위해 성장동력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현 정부의 창조경제는 문화예술 등 창조산업 중심의 지역경제 활성화 패러다임을 전(全) 산업, 전체 국가경제로 확산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런 창조경제 구현의 핵심은 기업가 정신의 왕성한 발현에 있다. 기업가 정신은 시대와 연구자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정의돼 왔지만 그 요체는 ‘새로운 이윤 기회를 적절한 방법으로 실현하는 기업가의 행동’으로 요약할 수 있다. 기업가 정신이 도처에서 모든 경제주체에 의해 지속적으로 발현될 때 창조경제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을 수 있다. 이를 위해 모든 경제주체가 도전적인 혁신 성향을 높여야 하고 이윤 기회의 실현에 사용할 새로운 지식을 활발히 축적해야 한다. 이런 노력은 한국 경제의 성장 잠재력이 지속적으로 둔화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약해지는 도전적 혁신 성향

최근 한국 경제에 내재된 기업가 정신은 추세적으로 약해지고 있고 심각한 저성장 기조와 그 추이를 같이한다는 점이 우려스럽다. 불굴의 도전정신과 현장에서 답을 찾아내는 창의성으로 요약되는 ‘정주영?기업가 정신’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국제기업가정신연구연합회의 설문조사 결과 한국 전체의 기업가적 활동지수는 2001년 이후 추세적으로 급락하는 상황이다. 한국 경제의 성장 단계가 혁신주도형으로 분류되기 시작한 2000년대 초반 14% 초중반 수준이던 한국의 기업가 정신 지수는 급격히 하락해 2013년 7%를 밑돌고, 혁신주도형 국가의 평균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혁신주도형 경제의 평균 기업가 정신 지수는 2010년 저점(5.6%)을 나타낸 뒤 2014년 말 현재 2000년대 초반 수준을 웃도는 8.54%를 보이고 있다. 2014년 미국 13.81%, 영국 10.66%, 캐나다 13.04%, 싱가포르 10.96% 등 주요 국가에서 관측되는 추이도 그렇다. 한국의 기업가 정신 추이와는 크게 다르다. 다른 국가에서는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인정받는 기업가 정신이 추세적으로 회복하거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한국의 기업가 정신은 추세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한국의 경제성장에 대한 전망이 밝지 않은 주요 원인으로 볼 수밖에 없다. 추락하고 있는 한국 경제의 기업가 정신을 되살리고 창조경제 구현을 통한 국민행복시대를 앞당기기 위해서는 더 적극적인 정책적 노력이 요구된다.

비슷한 지역혁신기관 기능

창조경제 구현을 위한 정부의 정책수단은 조세정책보다는 재정정책이 더 효과적이다. 특히 창업을 촉진하고자 할 때, 수익성을 확보한 기업에 도움이 되는 조세정책보다는 혁신 성향과 잠재 가능성에 투자하는 재정정책이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재정지원사업 확대만이 능사는 아니다. 현재의 재정사업을 보다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재편하는 방안이 먼저 수행돼야 한다.

현 정부는 출범과 함께 각 지자체에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설립했다.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역할과 위상은 기존의 약 30개 유형 656개(정부 출연연구소를 제외하면 611개) 지역 혁신 관련 기관에 비해 비교우위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새로 출범한 창조경제혁신센터뿐만 아니라 기존 지역혁신 관련 기관들은 설립 목적 및 사업영역으로 ‘창업’, ‘기술개발 및 혁신’, ‘인력양성’, ‘산·학·연 협력 강화’, ‘사업화’ 등의 핵심 키워드를 공통적으로 제시해 매우 높은 유사·중복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유사·중복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수많은 기관이 전국 도처에서 운영 중인 것은 예산의 효율성 및 효과성 제고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물적 확대 및 효율성 제고 중심의 성장 패러다임이 한계를 보이는 현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성장 동인은 기업가 정신의 제고이며 창조경제 구현을 위한 기업가 정신 제고는 정부 성향에 상관없이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정치적 환경 변화에 따라 창조경제 성장 패러다임이 흔들리지 않도록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역할을 강화하는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

단기성과주의 정책은 금물

한 예로 각 지역의 혁신 성향을 제고하기 위해 설립 및 운영하고 있는 지역 혁신기관들의 기능 조정 및 과감한 통폐합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창조경제혁신센터의 기능을 더 강화하는 방향의 개편을 고려해야 한다.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상시적으로 해당 지역의 혁신 수요를 발굴하고 지역 수요자들의 기업가 정신 교육을 담당할 뿐만 아니라 해당 지역에 있는 지역혁신 관련 기관들의 유사·중복 기능을 조정하고 혁신 수요자와 지원기관을 유기적으로 연계하는 사실상 지역혁신기관의 총괄 역할을 수행하도록 개편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에서 추진했던 녹색성장 정책이 그랬듯이, 창조경제의 과실을 현 정부에서 맛보겠다는 의지가 강할수록 단기성과주의적 정책 추진으로 인해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현 정부는 창조경제 성장 패러다임이 지역사회에 착근할 수 있는 기반을 형성하고 그 과실은 차기 또는 그 이후 정부에서 맺도록 하겠다는 긴 호흡으로 제도적 기반 정비에 더 큰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김학수 <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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