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왕국' 노리는 중국…제작편수, 일본 제치고 세계 1위

입력 2015-12-06 17:53  

할리우드식 제작기법 도입…4년 만에 시장 2배 성장
'몽키킹' 흥행성공 힘입어 성인용 제작에도 열올려



[ 베이징=김동윤 기자 ]
올 하반기 중국 영화시장에선 주목할 만한 사건이 하나 발생했다. 중국의 무명 애니메이션 제작사 스웨원화가 제작한 애니메이션 ‘몽키킹:영웅의 귀환(大聖歸來)’이 박스오피스 수입 9억5600만위안(약 1722억원)을 기록, 중국 내 애니메이션 역대 흥행 1위에 등극한 것이다. 그 전까지 1위 자리를 지키던 미국 드림웍스의 ‘쿵푸팬더2’(6억1200만위안)는 2위로 밀려났다.

최근 중국 영화시장이 팽창함에 따라 중국 애니메이션산업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현재 세계 7위권인 중국 애니메이션 시장이 조만간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 3위로 도약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정부 육성책에 급성장

중국 애니메이션 시장은 2010년만 해도 470억위안 정도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엔 1000억위안을 기록, 4년 만에 두 배 규모로 커졌다. 중국 정부가 2006년부터 애니메이션을 문화산업 육성의 전략 분야로 설정, 꾸준한 육성책을 펼친 것이 효과를 발휘했다는 분석이다. 중국 내에는 4600개가량의 애니메이션 관련 기업이 활동하고 있으며, 연간 제작편수는 일본을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라 있다.

하지만 그동안 대부분의 중국 애니메이션은 만 4~14세 어린이 관객을 겨냥한 것이어서 ‘소규모 투자·소규모 수익’이 애니메이션 제작의 일반공식으로 자리잡았다. 미국 할리우드의 월트디즈니, 드림웍스처럼 블록버스터급 작품을 제작하기 힘든 구조였다. ‘몽키킹’의 흥행 성공으로 중국 애니메이션 업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들까지 타깃으로 한 대작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기 위해 중국 선두권 애니메이션 제작사들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중국 메이저 애니메이션 제작사 중 하나인 알파애니메이션은 지난 10월 중국의 웹툰사이트 유야오치에 약 9억위안을 투자했다. 웹툰을 원작으로 한 성인용 애니메이션을 향후 시장에 선보이기 위해서다. 영화제작사 인라이트미디어도 최근 애니메이션 담당 부서를 아예 독립법인으로 분사시키기로 했다. 이 회사는 현재 10편의 성인용 애니메이션 제작에 투자하고 있다.

◆제작 단계부터 해외시장 겨냥

애니메이션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중국 애니메이션 제작사들은 할리우드식 시스템을 도입하고 전문 인력을 영입하고 있다. 애니메이션 제작사 칭칭슈는 최근 미국 월트디즈니 출신 징거를 제작 총감독으로 영입했다. 중국 최대 동영상 사이트 투더우 창업자가 설립한 쭈이광애니메이션은 할리우드식 제작 공정을 도입했다. 100분짜리 애니메이션은 총 14만400개의 프레임으로 구성된다는 점에 착안, 하루 8시간 작업시간을 기준으로 치밀하게 제작 일정을 조정하고 있다. 중국 남부 광둥성의 애니메이션 제작사 광둥윈싱미디어 등 일부 제작사는 애니메이션 캐릭터 상품 개발부서를 별도로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이 회사 트레이시 리 대표는 “중국 애니메이션 제작사들도 최근 캐릭터 상품 개발을 통한 추가 수익 창출에 눈뜨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일부 중국 애니메이션 제작사는 해외 시장으로도 눈을 돌리고 있다. 베이징의 애니메이션 제작사 진딩애니메이션은 최근 제작한 ‘서유기 이야기’를 찍을 때 서유기 원작에 등장하는 식인괴물을 빼버렸다. 이 회사 마케팅담당 이사 산샤오는 “시나리오 작업 단계에서부터 미국 유럽 등 서구 국가들의 등급판정 기준을 고려했다”며 “현재 월트디즈니와 오랜 기간 작업해온 배급사와 해외 수출을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2009년 제작한 어린이용 애니메이션 ‘시양양’이 폭력성과 선정적인 대사 때문에 해외시장 진출에 실패한 것을 반면교사로 삼은 것이다. 중국의 경제주간지 제일재경주간은 “4년 전과 비교하면 중국 애니메이션 시장은 자본력, 시장규모, 인력 등 3박자를 모두 갖췄다”며 “향후 중국 애니메이션산업은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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