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일 싱글매치 8승1패
개인전 일본에 통한의 1패…3점차로 우승 내줘
이보미 "캡틴 역할 부족…내년엔 꼭 우승하겠다"
[ 이관우 기자 ]
6일 일본 아이치현의 미요시CC. 한 홀 차로 끌려가던 조윤지(24·하이원리조트)가 18번홀 러프에서 회심의 세컨드 샷을 날렸다. 마지막 홀을 반드시 이겨야 경기를 무승부로 끝내고,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대표팀이 대역전극을 연출할 여지를 남길 수 있던 상황.
KLPGA 3위의 그린 적중률(78.21%)을 자랑하는 ‘아이언 달인’ 조윤지의 눈빛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공은 홀컵 위 5m 부근에 떨어져 강력한 백스핀을 먹고 홀컵으로 굴러갔다. 하지만 스핀량이 너무 많았다. 공은 오히려 3m 이상을 더 굴러 홀컵 아래쪽으로 내려왔다. 그래도 버디 기회.
실낱같던 역전의 기대는 그러나 금세 깨지고 말았다. 상대인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대표팀의 아야카 와타나베(22)가 7m짜리 긴 버디 퍼팅을 먼저 성공시켰기 때문이다. 남은 경기와 상관없이 일본의 종합우승을 확정짓는 쐐기 퍼팅이었다. 무승부를 노렸던 조윤지는 고개를 숙였다.
◆믿었던 ‘필승 카드팀’ 무기력
KLPGA팀은 이날 열린 아시아·유럽 4개투어 대항전 ‘더퀸즈’ 최종 3라운드 싱글매치플레이에서 9명이 출전해 8승1패를 기록했다. 첫날과 둘째날 열린 포볼, 포섬에서 중간 합계 4승2무2패(14점)를 기록한 KLPGA팀은 이로써 종합 성적 12승2무3패(38점)로 13승2무2패를 기록한 JLPGA팀(41점)에 대회 첫 우승을 내줬다. 더퀸즈는 한국(KLPGA) 일본(JLPGA) 호주(ALPGA) 유럽(LET)의 4개 투어가 참여하는 투어 대항전으로 이번이 첫 대회다.
한국은 개인 실력에서 일본·호주 유럽팀을 모두 압도했다. 하지만 팀플레이의 2패가 아쉬웠다. 첫날 포볼에서 김세영(22·미래에셋)의 감기몸살로 배선우(21·삼천리)를 갑작스럽게 대체투입하면서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배선우는 고진영(20·넵스)과 팀을 이뤄 분전했지만 일본 오야마 시호(38)와 나리타 미스즈(23)에 석패했다. 이틀째 포섬경기에서 필승카드로 내세운 김세영(22·미래에셋)-전인지(21·하이트진로)조가 우에다 모모코(29)-하라 에리나(28)조에 충격의 5홀 차 패배를 당한 것도 뼈아팠다. KLPGA팀은 이날 벌어진 세 차례 한·일 개인전에서 김민선(20·CJ오쇼핑)이 베테랑 오야마 시호를 3홀차로 제압하고, 박성현(22·넵스)이 일본팀 주장인 우에다 모모코를 5홀 차로 대파하며 전날 팀대항전 패배를 설욕한 것에 만족해야 했다.
◆‘K골프’에 눌린 日 ‘똘똘 뭉쳐’
1999년부터 이어온 한·일대항전에서 한국은 7승2무3패로 압도적 우위를 지켜왔다. 하지만 4개국 대회로 확대해 열린 이번 대회에서 일본에 종합우승을 내주면서 ‘일본 킬러’의 면모가 퇴색됐다. 일본은 최근 열린 한·일 대항전에서 세 번 내리 졌다.
첫 대회 개최국인 일본은 팀 합숙과 식사를 같이하며 치밀한 준비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는 물론 JLPGA에서도 올 시즌 17승을 챙기며 위세를 떨치고 있는 K골프에 대한 저항감이 팀을 하나로 똘똘 뭉치게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비해 박인비(27·KB금융그룹) 유소연(25·하나금융그룹) 등 세계적인 선수들이 불참한 KLPGA팀은 지나치게 개인전에만 의존하면서 승기를 놓쳤다는 분석이다.
이보미는 “편하게 해주면 제 실력을 발휘하리라고 생각했는데, 주장인 제가 부족했다”며 “내년에 꼭 우승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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