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선 늦게 들어가도 낮 12시 퇴실
부산 웨스틴조선 "24시간 이용 추진"
[ 김명상 기자 ] # 최근 제주도 여행을 떠난 김은희 씨(34)는 5성급 호텔에서 하루를 묵었으나 특별한 기억이 없다. 머문 시간이 워낙 짧아서다. 금요일 근무를 마치고 오후 8시에야 예약한 호텔에 입실한 김씨는 다음날 낮 12시에 체크아웃을 해야 했다. 김씨는 “1박에 30만원에 이르는 호텔이었지만 이용할 시간이 부족해 아쉬웠다”며 “체크인 시간에 따라 체크아웃 시간도 조절된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씨처럼 호텔 체크아웃 시간과 관련해 불만을 표시하는 소비자가 많다. 대부분의 국내 호텔은 객실 이용시간을 오후 3시부터 다음날 낮 12시로 정하고 있다. 체크인 시간에 상관없이 체크아웃 시간이 고정된 것. 늦게 입실할 경우 비용 대비 이용시간이 짧은데도 체크아웃 연장은 어려운 편이다. 가끔 퇴실 시간을 늦춰주기도 하지만 객실 상황에 따라 다르다. 이용자가 많은 주말이나 성수기에는 퇴실 시간 연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추가요금을 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일부 호텔은 고객 등급에 따라 VIP 고객에게만 늦은 체크아웃 시간을 적용하기도 한다.
해외에선 체크인 시간에 따라 퇴실 시간을 조정하는 호텔이 늘고 있다. 호텔의 전통적인 운영 시간을 지키는 대신 24시간 이용을 보장하는 것이다.
홍콩의 도르셋호텔그룹은 ‘플렉서블 체크인·아웃시간’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오후 3시에 입실했다면 다음날 오후 3시까지 탄력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방식이다. 72시간 전까지 호텔에 입실과 퇴실시간을 알려주면 된다. 덴마크 코펜하겐의 압살론호텔 역시 탄력적인 체크아웃 정책을 적용하고 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샬럿에 있는 리츠칼튼에서는 ‘스테이 앤드 플레이 24’ 패키지를 판매한다. 토요일 투숙객은 입실시간으로부터 24시간 동안 객실을 쓸 수 있다. 뉴욕의 하얏트유니온스퀘어호텔 역시 목요일부터 일요일 사이에 투숙하는 이용객에게 24시간 투숙을 허용한다.
하지만 국내 호텔들은 체크인·아웃 시간을 자유롭게 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손님이 늦게 퇴실하면 다음 예약자의 이용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물론 객실 판매에도 지장이 생기기 때문이다. 서울 특1급 호텔의 한 관계자는 “투숙객에게 늦은 체크아웃 시간을 적용하면 다음 객실 판매를 못 하게 된다”며 “1박 요금으로 사실상 2박을 주는 것이기 때문에 매출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탄력적인 객실 이용시간에 따라 고객 충성도와 관심이 더 높아진다는 결과도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미국 페닌슐라호텔 베벌리힐스점은 몇 년 전부터 체크인 이후 추가 비용 없이 24시간 동안 객실을 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호텔의 니센바움 상무이사는 “이 서비스는 호텔 재방문율이 70%에 이르게 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탄력적인 체크아웃을 검토하는 업체가 나타나고 있다. 지금까지는 객실에 여유가 있을 때만 체크아웃 시간을 늦췄지만 앞으로는 체크인 시간에 상관없이 24시간 이용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바뀐다. 하윤경 부산 웨스틴조선호텔 마케팅팀 대리는 “이르면 이번 달부터 일부 객실에 한해 ‘체크인 후 24시간 이용’을 논의 중”이라며 “국내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서비스인 만큼 이용객의 좋은 반응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명상 기자 terr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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