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태 IT과학부 기자) 아버지가 정자를 생성할 시점의 체중 정보가 정자를 통해 자식에게 전달된다는 사실이 처음 밝혀졌다. 살이 찐 사람도 살을 빼면 얼마든지 살이 찌지 않는 유전자를 자식에게 물려줄 수 있다는 사실이 규명된 것이다.
덴마크 코펜하겐대 연구진은 성인 남성의 정자를 분석한 결과 살찐 사람과 마른 사람의 정자 세포에서 식욕을 조절하는 유전자에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국제학술지 ‘셀 메타볼리즘’ 최근호(지난 3일자)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살찐 남성 10명과 마른 남성 13명의 정자 세포에서 이런 차이를 발견했으며 뚱뚱한 아버지가 낳은 자식이 비만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6명의 남성을 추적 조사한 결과 체중 감량 수술을 받은 뒤 수술 전과 비교해 정자 세포 내 유전자가 평균 5000개가량 변이를 일으켰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연구진은 정자가 남성의 건강 상태를 자식에게 전달한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증거라며 충분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이번 연구는 20세기 유럽을 강타한 기근 동안 영양 부족에 시달린 사람들의 자손 가운데 상당수가 성장 장애를 겪거나 심장병을 앓았다는 데서 착안했 ? 기근을 겪은 세대의 유전자에 변이가 일어나면서 후손의 건강 상태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최근 외부 환경 요인에 따라 유전자 염기서열이 변하거나 유전자 기능이 달라지는 것을 연구하는 후생 유전학이 주목을 받는 이유다. 로맹 바레 코펜하겐대 교수는 “아이를 갖기 위해 여성이 술 담배를 끊는 등 다방면으로 노력하는 것처럼 남성들도 비슷한 노력이 필요하다”며 “아버지들에게 행동과 습관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끝) /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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