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이심기 특파원) 미 공군의 대표적인 전략무기중 하나인 B-52폭격기가 전장에 배치된 지 올해로 만 60년을 맞았다.
1955년 2월 배치된 이후 1956년 태평양 비키니섬에 실험용 수소폭탄 투하를 시작으로 1960년대 베트남 전쟁 당시 융단폭격으로 이름을 날렸으며 이후에도 걸프전과 아프칸, 이라크 전쟁에서 빠지지 않고 적을 초토화시키는 임무를 잇따라 맡았다. 최근에는 시리아 공습에도 출동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의 대륙간 폭격기의 핵심전력인 B-52가 60년동안 노후화 논란과 수차례 교체 추진에도 살아남았다며 대체 폭격기 개발의 거듭된 실패로 2040년까지는 ‘현역’으로 운용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현재 새로운 폭격기 기종에 대한 개발은 커녕 디자인 작업도 추진되지 않은 상태다. 기종 선정과 생산, 테스트 기간 등을 감안하면 최소 10년 이상은 미 공군 전략폭격기의 핵심전력으로 남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느리고 녹슬었지만 여전히 미 공군 최고의 폭격기로 군림할 것이라고 신문은 덧붙였다.
B-52가 수차례 대륙간 전락폭격기를 대체하려는 군 당국의 시도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은 이유는 전 세계 어느 지역에 전단살포에서부터 핵폭탄 투하까지 錚건?종류의 폭격 임무도 맡을 수 있도록 한 효율적인 디자인 때문이다. 여기에 음속 이하의 소박한 기술이 적용됐지만 그 때문에 60년이 된 지금도 여전히 효율적으로 기동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후속모델의 실패사례가 대당 20억달러가 넘는 B-2 스피리트, 즉 스텔스 전폭기다. 너무 민감한 스텔스 기능 탓에 비가 오는 날씨에는 기동 자체가 불가능해 격납고에 머물 수 밖에 없는 스텔스 폭격기와 달리 B-52는 소박한 기술이 적용된 탓에 지금도 엔지니어들의 정비를 거쳐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
1966년 NYT는 B-52가 너무 오래돼 더 이상 기동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1975년에 퇴역할 것으로 보도했다. 하지만 그 때까지 B-52를 대체할 기종은 나타나지 않았다. 1982년에는 당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B-52가 비행기를 몰 조종사보다 더 나이가 많다”며 교체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당시 조정사의 손자뻘 되는 파일럿이 똑같은 비행기를 몰고 있다.
NYT는 정비사들이 B-52를 최상의 상태로 유지하려고 했으나 박스데일 공군기지에서 사흘 연속 폭우가 내린 뒤 B-52의 조종석 왼쪽 좌석이 비로 흠뻑 젖은 채 발견되는 등 ‘연식의 한계’를 노출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마치 거대한 알바트로스를 연상시키는 외관때문에 B-52는 ‘B.U.F.F(Big Ugly Fat Fellow·거대한 못생긴 뚱뚱한 친구)’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NYT는 그러나 B-52가 전략적으로 상당히 효용성이 큰 전력이라고 지적했다.
분쟁 지역에 투입돼 위력시위를 하는 것만으로 상대에 압박을 가하면서 목표를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3년 북한의 3차 핵실험으로 한반도에 위기가 고조됐을 때 미국 ?한미 군사훈련에서 B-52 전략폭격기를 출격, 가상의 표적을 타격하는 훈련을 진행하면서 유사시 북한을 초토화시킬 수 있다는 경고를 주기도 했다. 최근에는 영유권 분쟁이 벌어지고 있는 동중국해 지역에도 출동하기도 했다.
B-52는 1950년대 소련과의 전략 폭격기 전력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추진됐다. 당시 냉전 상황에서 소련과의 핵 전쟁을 위해 육지와 해상에서는 물론 공중에서도 핵 보복이 가능한 전력을 구축하기 위해서였다. 시제 B-52에는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미사일을 32발까지 실을 수 있다.
이렇게 추진된 B-52는 1952년 디자인 작업을 거쳐 1954년 생산에 착수, 1955년미 미 공군에 인도됐다. 당시로는 파격적인 대당 800만달러의 B-52 740대가 생산됐고, 1962년을 끝으로 더 이상 생산되지 않고 있다. 현재 미국이 보유중인 B-52 전략폭격기는 모두 76대로 절반 가량이 루이지애나 박스데이 공군기지에 배치돼 있다.
NYT는 엄청난 양의 무장능력과 베트남전 융단폭격의 영향으로 B-52가 대량살상과 파괴의 상징처럼 돼 있다며 군 당국이 정교한 스마트 포격으로 이미지를 바꾸려고 하고 있다고 전했다. 무차별 융단폭격에서 벗어나 스마트폭탄으로 불리는 각종 정밀한 유도무기를 장착해 마치 전투기처럼 정확하다는 이미지를 주기 위해 노력중이라는 것. 랜스 애드싯 B-52 조종사는 NYT에 “B-52를 타는 것은 시간을 거슬로 가는 느낌”이라며 “B52가 날아다니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되지만 직접 이를 몬다는 것은 환상적인 경험”이라고 전했다. (끝)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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