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내내 쉼없이 100만장 출력 성공…삼성전자 대형복합기 '마의 벽' 뚫었다

입력 2015-12-07 17:35   수정 2015-12-08 11:45

반도체·광학 등 기술력 확보…캐논·리코·제록스 '빅3'에 도전
문서 솔루션 B2B시장 진출…신성장동력으로 육성 박차



[ 정지은 기자 ] 삼성전자 프린팅솔루션 사업부는 이달 초 미국에서 날아온 낭보로 기쁨에 휩싸였다. 삼성전자의 A3 전용 복합기 ‘멀티 엑스프레스7(MX7)’이 ‘100만장 연속 출력’ 프로젝트를 통과했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직원들은 마침내 ‘넘사벽(아무리 노력해도 도저히 넘어설 수 없는 대상)’을 깼다며 서로를 부둥켜안았다.

품질 인정 받은 삼성 복합기

기업용 프린터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신뢰성이다. 매일 수천~수만장을 복사해야 하는데, 얼마나 고장나지 않고 버티느냐가 중요하다. 기업들이 2010년 뒤늦게 시장에 뛰어든 삼성전자 프린터의 성능에 매력을 느끼면서도 그동안 쓰던 캐논 리코 제록스 제품을 고집하는 이유다. 삼성전자는 이 때문에 어떻게 제품의 신뢰성을 입증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직원들은 미국 전문지 ‘인더스트리 애널리스트’가 3개월 전 독립적으로 시작한 100만장 연속 출력 실험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최근 狗巢?실험에서 MX7이 3개월 내내 쉴 틈 없이 매일 1만장 이상을 출력했지만 고장이 없었다. 종이 걸림을 해결하기 위해 단 한 차례 서비스센터를 호출했을 뿐이다. 보통 30만장을 연속 출력하고 나면 고장이 나거나 인쇄 품질이 떨어지지만 이 제품은 달랐다. 때로는 하루에 3만장을 연속 출력해봤는데도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이 정도면 5년 동안 하루에 1만6000장씩을 꾸준히 뽑아도 문제가 없는 수준이라는 게 인더스트리 애널리스트의 분석이다.

출력뿐 아니라 100만장 연속 스캔도 문제가 없었다. 분당 240장을 스캔, 초당 4장의 스캔이 나왔다. 인더스트리 애널리스트 측은 “삼성 복합기가 이 정도로 좋을지는 몰랐다”며 “그간 실험한 제품 중 가장 훌륭하다”고 평가했다.

A3 복합기 시장에서 100만장을 연속 출력하고도 프린터가 멀쩡한 경우는 흔치 않다. 캐논, 리코, 제록스 등 세계 A3 복합기 시장 1~3위 업체들만 통과한 고난이도 실험이다. 아직 시장 점유율 3%로 8위 업체인 삼성전자가 깜짝 놀랄 반전을 써낸 것이다.

A3 복합기 시장 흔드는 삼성

A3 크기 용지까지 출력할 수 있는 중대형 복합기는 시장 진입 장벽이 높다. 캐논, 리코, 제록스 등이 시장의 절반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주로 기업에서 쓰는 A3 복합기는 빠른 속도로 정밀하게 문서를 출력해야 하기 때문에 기술 난이도가 높다. 내부에 들어가는 부품이 자동차보다 많을 정도로 복잡하다. 소위 ‘공력’ 없이는 살아남기 힘들다.

그런 시장에 삼성전자가 뛰어든 것은 2010년이다. A4 복합기 분야에선 세계 2위로 나름 인지도가 있지만 A3 시장에선 신생 업체나 마찬가지였다. 후발주자여서 어려울 것이라는 반대도 있었다. 그럼에도 삼성전자가 A3 복합기에 공들이는 것은 장기 수익성 때문이다. A3 복합기는 시장에 안착하기만 하면 수익성은 자연스레 따라오는 ‘노다지’다. 가정용 A4 복합기는 가격이 5만~8만원까지 떨어져 수익이 나지 않는다. 반면 A3 복합기는 기본이 1000만원이고 사양에 따라 1500만원, 2000만원까지 올라간다.

김기호 삼성전자 프린팅솔루션사업부장(부사장)은 2012년부터 A3 복합기를 중심으로 사업 역량 강화에 공 들이고 있다. 소프트웨어와 모바일 기술력 등으로 차별화하면 언젠가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에서다. 거꾸로 넣거나 비뚤어지게 넣어도 반듯하게 복사해주는 기술 등도 개발해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지난해엔 한국과 태국에서 처음으로 A3 시장점유율 1위에 올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100만장 연속 출력 프로젝트 성공이 A3 복합기 시장에서 신뢰도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며 “점유율 순위를 뒤집는 것도 시간 문제”라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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