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중개·관리·컨설팅 등 너무 세분화된 '칸막이'
서비스 경쟁력 높이려면 '업종 융합' 부동산기업 키워야
[ 문혜정 기자 ] “지금까지는 부동산을 투기나 개인 재테크 수단으로 인식하고 규제해온 측면이 강합니다. 저성장 시대엔 부동산을 내수 활성화뿐만 아니라 해외 수출을 위한 신(新)산업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7일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관에서 열린 ‘부동산 산업 발전방안 및 미래전략 종합 콘퍼런스’ 주제 발표자로 나선 이현석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부동산 산업의 성격을 다시 정해야 할 시점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행사엔 한국부동산분석학회 등 11개 부동산 관련 학회와 국토연구원 등 3개 국책연구원,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 공기업, 부동산업계 관계자 등이 대거 참석해 부동산 산업의 경쟁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두터운 업무영역별 칸막이
정희남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부가가치 창출을 기준으로 한 ‘월드인풋아웃풋데이터베이스 조사’에 따르면 전체 산업에서 차지하는 부동산 산업의 비중은 한국이 7%(2012년)로 분석 대상 29개국 중 25위”라고 말했다. 프랑스(14.4%), 일본(12.8%), 독일(11.8%), 미국(10.3%) 등에 크게 못 미친다.
부동산 산업 내 업무영역별 칸막이로 부동산 서비스의 융합이 막히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날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선진국들은 제조업 쇠퇴에 대비해 금융, 보험, 부동산 등의 융합 서비스 고도화에 주력하고 있는 데 비해 한국 부동산 산업은 개발 건설 운용 중개 감정 관리 컨설팅 등 업무영역별로 칸막이 서비스를 제공해 통합 서비스산업이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정부가 본격 추진하는 ‘기업형 임대주택(뉴 스테이)’의 경우 주택임대관리업체가 공인중개사를 직원으로 뽑지만 임차인 중개는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 건설업체는 건축설계업무를 병행할 수 없어 전문 인력을 장기간 채용하기 힘든 구조다. 업무영역별로 ‘밥그릇’을 보장해줘야 하는 탓에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부동산 기업을 키우기 힘들다는 얘기다. 정 선임연구위원은 “미국 부동산 기업은 임대관리업에서 시작해 컨설팅업을 병행하며 종합부동산업체로 발전했고, 일본도 개발업체에서 출발해 사업영역을 분양·임대·관리·투자·컨설팅으로 확장해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민간 임대시장 커질 것”
서진형 경인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내 부동산 산업은 주택 공급, 지역 개발, 사회간접자본(SOC) 건설 등이 중심이지만 주요 선진국에선 민간 부동산 서비스 분야가 크게 활성화돼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산업이 주택 건설 위주에서 임대, 컨설팅, 부동산 연계 금융, 정보 거래 등으로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문이다.
김찬호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018년 이후 집값이 안정되고 주택시장이 대규모 신규 공급이 필요하지 않은 성숙화 단계로 진입하면 민간 임대주택시장 활성화는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 교수도 “부동산 산업에서 차지하는 임대업 비중을 보면 미국 53.6%, 영국 62.6%, 일본 42.8% 등이지만 한국은 11%에 그치고 있다”며 “앞으로 민간 임대업이 리모델링, 금융, 에스크로(부동산 안전거래 시스템), 실버산업 등으로 세분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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