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엔지니어링은 3분기말 기준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자본잠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상장 폐지된다. 올해 최대 규모인 1조2000억원짜리 주주배정 증자가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이유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전날(7일) 이사회를 열고 신주 1억5600만주를 발행하는 주주배정 후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를 진행하기로 결의했다. 발행 가능 총수를 기존 6000만주에서 3억주로 늘린 정관변경안도 임시주주총회에서 원안대로 가결됐다.
유상 신주의 예정 발행가액은 주당 7700원. 확정 발행가는 1·2차 발행가 산정(할인율 15% 적용) 이후 낮은 가격과 비교해 2016년 2월 청약 시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구주주에게 배정될 1주당 신주배정 주식 수는 3.3751657주이며 20%까지 초과 청약이 가능하다.
이번 증자의 성공여부는 불투명했다.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영업흑자를 기록하던 곳이 3분기(7~9월)에만 1조5000억원 이상의 해외 프로젝트 손실을 반영, 시장에 이미 커다란 충격을 안겨준 탓이다. 당장 자본잠 컥?해결하더라도 향후 영업실적에 대한 우려가 줄어들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많았다.
상황이 이러한 가운데 이 부회장의 증자참여 발언이 나오자 시장의 반응이 뜨거워졌다. 금융투자업계도 일제히 환영의 목소리를 냈다. 앞으로 삼성그룹의 지원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변성진 BN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 부회장의 증자참여 결정은 결국 유상증자 이후 재무구조 안정화에 따른 영업력 확대 효과와 더불어 빠른 실적 개선을 위해 상대적으로 강력한 그룹의 지원을 받을 가능성이 커진 셈"이라고 분석했다.
조윤호 동부증권 연구원도 "이 부회장의 사재 투입으로 증자의 성공 가능성이 커졌다"며 "삼성엔지니어링의 1,2대 주주인 삼성SDI(보유지분 13.1%)와 삼성물산(7.8%) 그리고 우리사주조합(20%)과 이 부회장(최대 25%) 등의 참여를 가정하면 1조2000억원 유증분 중 약 66%를 확보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업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질 수 있다"라고 내다봤다.
이 부회장은 그러나 삼성엔지니어링의 보유지분이 없다. 실권주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이번 증자에 참여할 수 없다. 이 부회장의 이번 결단이 '립서비스' 수준에서 그칠지 아니면 실제 지분 매입으로 이어질지 여부에 귀추가 주목된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실권주가 나오지 않는다면 당연히 지분참여는 불가능한 것"이라며 "이 부회장의 증자참여 결단은 소액주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내린 결정이지 지분참여 목적이 결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증자참여 불발 시 또 다른 지원 계획이 있는지에는 "증자참여 자체가 그 裏?아닌 이 부회장의 사재 투입으로 진행되는 일"이라며 "향후 다른 지원책 등은 개인적인 판단이므로 회사 차원에서 답변할 수 없는 사항"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삼성엔지니어링의 이번 증자는 외환위기 여파로 진행한 1999년 구주배정 이후 16년여 만에 실시하는 대규모 주주배정 자금조달 계획이다. 그 규모 역시 올해 주주배정 증자 기업 중 최대 수준이다. 1·2차 발행가액 적용 할인율은 현대상선(25%) 대한항공(20%)보다 다소 낮은 15%다.
정현영 한경닷컴 기자 j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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